가끔은 그런 날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지치고 마음이 허한데 무엇을 먹어도 속이 채워지지 않는 날말입니다. 그럴 때면 이상하게 떠오르는 음식이 있습니다. 엄마의 된장찌개입니다. 화려한 음식도 아니고 정확한 레시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늘 대충 눈대중으로 된장을 풀고 냉장고에 있는 여러 종류의 채소를 툭툭 썰어 넣어 끓인 평범한 찌개말입니다.
그런데 왜 그 맛은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것일까? 한 번은 비슷한 맛을 찾고 싶어 인터넷 레시피를 따라 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된장의 종류도 맞추고 육수 비율도 맞추고 재료 순서까지 그대로 따라 해 봤습니다 그런데 이상헤게 그 맛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비슷하게 만들었는데 어딘가 모르게 엄마의 그 맛이 아니었습니다. 아마 내가 그리워 한 건 된장찌개의 맛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늦은 저녁까지 기다리다 "밥은 먹었냐?" 하고 묻던 어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아무 말 없이 밥 숟가락에 김치를 찢어 올려주던 손길이었습니다. 나는 음식보다 그 안에 들어 있던 마음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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