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연재한 2-3개월 남짓동안에도 여전히 내 일은 줄고 있으며 내가 봐도 AI는 내가 할 일을 너무 잘 해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AI에게 일을 시켜놓고 그 아이가 열심히 돌아가는 몇 분동안 난 일어서서 빵을 반죽했다.
그러고는 현타(?)가 왔다. 아 머리는 얘가 쓰고 나는 단순노동을 하고 있구나.
곧 머지않아 에이전트 AI는 이제 나를 대신해 필요한 물건을 알아서 구입해주고,
때가 되면 병원가라 혹은 휴식이 필요하니 여행을 가라 마침 특가가 떠서 너가 좋아하는 어디를 예약해 놨다 등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
물론 저마다 삶의 의미를 찾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유토피아를 외치며 이를 반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치만 이 몸뚱아리의 주인으로써 주체성을 빼앗겨 버린다 생각하면 적어도 나에게 그건 좀 서러운 일이 될 듯하다.(어디서부터 어떻게 세뇌된 것인지 거슬러 올라가자면 피곤하지만 비대한 자아에 고통받아왔던 인간으로써...)
그래서 더 고민했던 듯 하다.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무엇을 소중히 하고 어떻게 즐기며 살 것인가.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 '살아간다'는 게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꼽은 꼭지들이 감각과 주체성, 몰입의 경험, 타인과의 친밀감, 슬롯적자본이었다.
쓰다보니 너무 큰 주제의 내용들을 짧은 한 편의 글에 넣은 것 같아 다음에는 각 내용들을 조금 더 자세히 풀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치만 이 수박 겉핥기식의 통찰이라 할지라도 읽는 이로 하여금 우리가 뭘 놓치지 말아야 할지, 내 삶에서 뭘 더 눈여겨 봐줘야 할지에 대한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면 만족한다.
그저 여유가 생겼을 때 한 번쯤 스스로 물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것에 마음을 쓰고 있는가.
서툴더라도 내 몫의 선택을 해보고 있는가.
무언가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순간이 있는가.
곁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의 하루를 나누고, 필요할 때는 기대기도 하는가.
나 역시 이 질문들을 곁에 두고 살아가려 한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게 될지 지금의 불안이 언제쯤 잦아들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싶은지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러고 보니 AI가 일하는 동안 빵을 반죽하던 그 몇 분도 다시 생각해볼 만하다. 반죽을 주무르는 동안 나는 무엇을 느꼈을까. 머리를 쓰는 일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내 손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에는 관심을 주지 못했던 것 같다.
다음번에는 반죽의 감촉도 좀 느껴봐야겠다. 구워진 빵을 누구와 나눠 먹을지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