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

byJiyoun

지난 이야기에서 슬롯적 자본에 대한 다소 개념적인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실제로 우리 아이들의 사례를 바라보며 어떻게 서로 믿고 도우며 함께 무언가를 쌓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보고자 한다.


아이가 아이스하키를 한다. 꼬박 만 4년이다.

작은 몸에 장비를 입고 헬멧까지 쓰면 제법 선수 같다. 옷을 벗으면 다시 영락없는 어린이지만.

그런 아이들이 링크장에서는 각자 자리를 맡아 뛰고 함께 이기기 위해 애쓴다.


하키를 볼 때면 우리는 골이 들어가는 순간만큼은 알아볼 수 있다. 누가 골을 넣었는지 몇 골을 넣었는지 기억한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더 관찰을 해보면 퍽을 만지지 않는 순간의 아이들이 보인다.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자리로 움직이는 아이, 팀원이 공격하러 들어간 자리 뒤를 지키는 아이, 퍽을 빼앗기는 순간 죽어라 달리며 상대를 쫓는 아이 등 우리 팀의 골이 가능하도록 움직이는 아이들이 있다.


한 팀이 경기를 한다는 건 그런 것이다.

눈에 띄는 행동과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행동이 합쳐져 하나의 경기가 된다.


슬롯적 자본의 이름을 아이들의 하키 팀 안에서 생각하면 조금 더 이해가 쉬워진다.


내가 퍽을 보내면 받아줄 사람이 있다는 것.
내가 놓친 것을 다른 누군가가 따라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도 다른 아이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는 것.


아이들은 함께 뛰며 이 관계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이것이 팀의 위닝 파워가 된다.

오른쪽으로 질주하는 어린이 아이스하키.png

이것이 쉽게 만들어지느냐? 결코 그렇지 않다.

누구는 빠르고 누구는 느리며 패스가 정확한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가 있다. 서로 잘 맞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친구도 있다. 아이들은 서로 믿어주며 기다려주며 끊임없이 시도해 보며 서로를 맞춰간다.


가령 한 아이가 패스를 놓쳤다고 해보자.

좋은 기회가 사라져 아쉽고 친구도 속상할 수 있다. 놓친 아이는 다음번에 퍽을 받는 것부터 부담스러워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음 공격에서 다시 그 아이에게 패스가 간다면 어떨까.


그 패스 하나에 거창한 뜻이 담겨 있지는 않을 것이다. 마침 그 아이의 자리가 좋았을 수도 있다. 그래도 앞서 실수한 아이에게는 다시 해볼 기회가 생긴다. 실수를 바로잡고 경기에 계속 참여할 수 있다.


아이들은 그렇게 경험하며 쌓아간다. 그러면서 ‘내가 다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와 ‘나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바카라임이 함께 자라난다.


여기에는 물론 약속도 필요하다.


잘하는 아이에게만 모든 기회가 돌아가거나 친한 아이의 실수는 넘어가면서 다른 아이의 실수에는 유난히 엄격하다면 서로를 믿기 어려워진다. 누구나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고, 각자의 역할이 존중되어야 한다. 그 조건을 만드는 일에는 아이들을 지도하고 지켜보는 어른들의 몫도 크다.


아이에게 하키 팀은 하나의 슬롯이다. 그 안에서 배운 믿음이 더 큰 슬롯 경험으로 이어진다. 아이가 앞으로 얼마나 운동을 계속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팀에서 함께 한 시간, 내가 놓친 퍽을 따라가 준던 친구, 나도 누군가를 위해 빈자리를 지킨 기억, 여럿이 결국 함께 해 낸 기억을 자양분삼아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 마음을 기억하고 아는 것만으로 우리는 '살아있음'을 느끼며 더 재미있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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