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도 잘하는 나는 절대 맑은 사람일 수가 없지 않나?
나는 맑지도 착하지도 않다. 남들 하는 만큼 다 한다. 수다도 잘 떨고, 욕도 잘하고, 야한 생각도 하고, 나쁜 생각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맑은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 자체가 눈곱만큼도 없다. 근디 저냥반은 시방 맑다고 하지, 욕하는 게 다 보인다고 하지, 무슨 생각하는지까지 보인다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처음부터 나는 숨김없이 말했다. 저 양반은 숨기는 구석이 좀 많아 보였어. 그때 말았어야 했는데. AC. 한번 들어갔는데 생각해 보고 올게요 요 소리가 안 나와서 네~ 한 것이 이런 인연이. 쩝.
오른쪽 어깨는 10년 전엔가 석회 수술을 했는데 힘줄을 잘라 먹기 직전이라 좀 힘들었고, 왼쪽 어깨는 힘줄 안에 석회가 있는 관계로 그냥 좀 긁어내고 주변 정리만 하는 수술을 했다. 오른쪽 수술 정확히 9년 뒤에. 다 긁어내면 힘줄이 끊어진다나 뭐라나.아놔~~ . 작은 지방 촌구석에 살다 보니 첫 수술은 힘차게 서울서 하고 사흘 만에 쫓겨났다. 가란다. 뭐 나도 수업을 뺄 수 없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문제는 내가 촌부라는 것이다. 별다르게 내 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었으나 역시 병원은 큰 문제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몸으로 실감했다. 월드컵 치른다고 난리가 난 이 나라에 나는 재활병원 하나 없는 구석탱이에서 나홀로 재활에 용을 썼고, 그 용은 엘보라는 멋있는 이름으로 남았다. 염병, 짧은 치마 입고 썬그라스 멋있게 쓰고 스텐막대기 하나 들고 걸음서 멋 부리는 골프나 쳐야 생기는 병인 줄 알았던 엘보는 집구석에서 사니라 용만 써도 생긴다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어깨와 팔, 손목이 두루 나누어서 해야 할 일을 어깨 빼고 하려니 죽겠지. 그러니까 드러누웠고. 그게 엘보였다. 무슨 고급병인 줄 알았드만. 고생하면 생기는 별것도 아닌 게. 지랄 같은 병이었다. 그렇게 또 9년 뒤에 똑같이 반복됐다. 아이 C. (여기서 C는 진짜 된소리 발음해 줘야 함). 왼쪽 어깨 수술 이야기만도 족히 세 시간은 걸릴 야근디. 완전 병원을 엎어버리고 싶었는디. 참았다. 힘이 없어서. 그놈의 의사들은 뻑하면 뒤로 빠지고 떠넘기기하고 보험회사랑 야그하란다. 시간에 쫓기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냥 더러워서 피한다. 고 하지만 실은 힘이 없어 피한다. 그래서 더 서럽다. ㅠㅠ. 그래서!!
“양쪽 어깨 수술했고 왼쪽 어깨는 특.히.나. 애가 정상이 아니고요~ 양쪽에 엘보도 있고요, 다리는 무릎 관절이 안 좋아서 많이 못 걷고요, 허리는 애가 허리로 서서 약해진 관계로 그닥 튼튼하지 않은데, 저 드럼 배워도 되나여~~?”
“네, 네. 뭐 문제가 된다요. 어깨 올리고 내리고 다 하지요? 글고 팔목 따라서 해 볼래요?”
팔목은 유연하다.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자신 있게 말해놓고는. 쥐는 자세도 100점짜리라 해 놓고는. 자세도 완전 좋다고 해 놓고는. 그래 놓고는 끝이었다. 그 뒤로 나는 좋다 소리는 들어 본 기억이 없다. AC.
소리는 계속 빵빵 거렸다. 오죽이야 낭중에 낭중에 들어오신 74세 드신 어르신 소리보다 내 소리가 더 뺀뺀거렸다. 하이고...
거 보란다. 크림 바르듯이 살살 다뤄야 소리가 이쁘다고 말했지 않냐고. 그렇게 힘줘서 두들겨 패니 무슨 소리가 이쁘겠냐고 잔소리하더니, 힘 빼고 엄지 검지로만 잡고 나머지는 받쳐준다고만 생각하고 그냥 내리라고 가르쳐 주지 않았냐고 버럭버럭.
뭐 하나 가르쳐 주면 자연스럽게 버럭은 따라다녔고, 꽥꽥은 옵션이었다.
저 영감탱이는 칭찬이라고는 모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디 칭찬은 아마도 배운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버럭을 벗 삼아 평생을 살았다니까. 분명 홀아비여. 못생긴 사람이 버럭버럭하면 저 잡노~오~옴이 돼야지 멱을 따야가 되는 것이고, 그나마 잘생긴 사람이 버럭버럭하면 아따 이쁜 것이 목청도 좋아야 하는겨. 못생기고 버럭에다가 성질도 있으므로 절대로 홀아비일 것이여. 에이 씨. 스승을 잘 못 뒀어.
머리는 좋단다. 환장하겠단다. 학실히 수학하는 사람은 다른 게비네~ 한다. 나도 환장한다. 배운지 6개월 만에 셔플을 치는 사람은 또 살다 살다 처음 봤단다, 기가 막힌단다. 리듬을 가르치면 또 잘 따라 치길래 어쨌든 소리는 나중에 잡히겠지 싶어 가르쳤더니 셔플까지 치더란다. 그게 6개월 만이었다. 나는 6개월 만에 뺀뺀거리는 “하얀 나비”를 쳤다. 김정호가 하늘에서 통곡했을 일이었다. 김정호는 통곡하고 나는 드럼 치신 지 3년쯤 됐냐는 헷소리를 듣고 울었다. 스승의 기타는 기가 차서 울었다.
어느 날은 오더니 한참을 바라보더니
“나는 살다 살다 선생님 같은 독종은 처음 보요. 한 두어 시간치고 일어나길래 오래 쳤다, 했더니 어깨 돌리고 목 돌리고 운동 좀 하더니 다시 앉더라구요. 그러더니 세 시간을 더치고 갑디다. 내가 참. 나 처음 기타 배울 때가 생각나기도 하고. 뭐 저 나이에 저게 되나 싶기도 하고. 그냥 취미로나 배울라나 보다 했지. 그렇게 죽어라고 팔지 알았나. 그럴 줄 알았으면 첨부터 그렇게 안 가르쳤을 건디. ㅉㅉ.”
“기냥 취미로 치세요. 선생님 어깨로 지금 힘들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악기 이름도 제대로 모른 양반도 선생님이 첨이요.”
“알거든요. 이건 하이햇. 이건 탐. 이건 킥 베이스. 이건 심벌.”
“그믄 오른쪽 심벌은요. 탐에도 각기 이름이 있어요. 무조건 탐이에요?”
“......”
“오른쪽에 왜 심벌이 두 개일까요? 그 이름은 알아요? 선생님은 그냥 다 심벌이죠?”
“안 가르쳐 주셨잖아요.?”
“안 가르쳐 줘도 알아서 치드만요. 머리 좋은 양반인게 밤새 유트브 찾아보고 쳐보고 하더만. 그래서 당연히 찾아본 줄 알았죠. 그리고 기억을 못하나 본데 처음 드럼 앞에 앉았을 때 말해 줬어요, 내가. 좋아가지고 흘려 들었겠지요. 웃니라 정신 없을때부터 수상하더니만. 나한테 씌우기는.”
“이거시오, 시방. 교육에는 아떼네식 교육과 스빠르타식 교육이 있는디요. 시방, 샘이 허는 교육은 둘 다 아니고요, 잉. 근게 그냥 방관이여요. 방목에 가깝제라 근게. 딱 한번 말 해주고 알겠죠? 하믄 제가 천재에요? 글고!”
“거시기 하나 갈챠 주고 쳐 보세요~ 음, 되네. 인자 연습하세요~ 하고 가서는 안 와불고. 또 담에 와서 이게 돼요? 아따 빠르네. 하고는 다른 거 갈챠 주고 한 번 두 번에 못 치면 버럭 소리 지르고. 되면 연습하세요~ 하고 사라져불고. 이거시 시방 교육에는 이름도 없는 방목인디. 갑자기 이름 타령하시믄 이거시 지 잘못이겄어요, 스승 잘못이겄어요?”
“그만! 그만 하세요. 나는 선생님이 사투리 쓰면 소름이 돋아요. 그냥 평상시대로 해요. 무슨 할매도 아니고. 그런 넉살은 어디서 나오는지.”
“대화가 왜 왔다 갔다 하냐고요. 독종으로 시작해서 왜 이름도 모르고 공부하는 모지리를 만드냐고요. 샘하고 대화를 하면 강하고 산을 막 왔다 갔다 해요. 맥락이 없어, 맥락이. 이름이요, 이름. 악기 이름. 제대로 알려 주세요. 그러고 소리를 버럭 지르던지, 꽥 지르든지 하시고요.”
더이상 말리던 내가 아니었다. 제법 받아치고 똑같은 옵션을 따라가는 제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단지 스승이므로 소리만 높이지 않았지 그 스승에 그 제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