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3

빔 프로젝터야?

by희도

"선생님은 눈빛이 다 말해요, 허허. 지금 욕을 하는데 어떤 욕을 하는지도 보이요. 쌍욕을 하는지 대충 그냥 지나가는 욕을 하는지. 그냥 봐주고 가는지, 아님 아주 무시하고 가는지. 다~~ 보이요. 지금도 나보고 못생긴 놈이 뭐라는 거냐, 지 성질은 더 드러운 놈이 지금 누구보고 뭐라는 거냐 이럼서 욕하고 있죠? 모르지 또, 무식한 놈이 아는 척 지랄 떤다고 했을지도. 실제로도 무식하고"




"하,하,하. 선생님도 그냥 나이 드신 건 아닐 거잖아요. 샘이나 저나 10년 차이면 같이 늙어가는데 그 정도는 읽히시겠죠. 욕은 안 했습니다. 흉은 좀 봤어도. 무식하다고도 생각 안 했습니다. 그게 읽힌다고 사람이 맑은 건 아니지 않나요?"



"봐요. 지금도 그냥 욕 안 했습니다 하면 될걸. 또 솔직하게 흉봤다잖아요. 그게 맑은 겁니다. 그것이 또 눈에 보이는 거고. 내 나이가 되면 그게 보입니다. 다~~"



"......"



'뭐냐 시방. 내 눈이 영상화면이야? 속으로 한 말이 눈빛으로 다 발사돼 영상처럼 보인다는 거야? 빔 프로젝터였어? 언제부터 레이저였지? 그럼 지금까지 내가 속으로 씨부린 말 다 알았다는 거야, 사람들이? 그럼서 모른 척한 거고? 이게 시방 말이여 뭣이여? 잠깐만, 나 지금 말린 거야? 저 영감한테?

젠장할 놈의 영감탱이. 언제부터 이 냥반이 이렇게 말을 잘했지? 지금도 다 보이는 거야, 뭐야~~ AC 이럼 곤란한데'


말문이 막히기 쉽지 않은데 정확하게 찔러 들어왔다. 4분 쉼표의 날카로움? 허리를 꺾고 자빠져 누운 8분 쉼표는 날카롭진 않으니까. 네 박자에 맞춰서 쿵치따치 할 때부터 쉼표 표창처럼 들고 찌르려고 했던 거야. 빌어먹을 놈의 영감탱이가 시방......





나는 욕을 잘한다.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찰지게 잘한다. 입에 착 달라붙어 원래 내 말인 것 같다는 말도 듣는다. 어쩌겠는가. 어려서부터 조부모와 함께 살았고 증조모도 계셨다. 시골 동네에 어른들은 모두 욕쟁이다. 어느 시골 동네가 욕 못하는 동네가 있단 말인가. 그런 욕 못하는 동네는 내 사는 동안엔 가 보질 못했으므로. 시골 동네 분들은 다~욕쟁이다. 농사일에 지쳐 되다는 몸뚱아리를 달래는 말은 욕이 다였다. 위로를 하기엔 우습고 알지도 못했고 그저 나오는 한숨에 이런저런 욕을 섞어 뱉는다. 김을 매던 할머니가 일어나시면서 가볍게 한마디 하신다.


"쉬이~~, 잡놈의 것이 금세 자라고 금세 올라오고 지랄이여. 오메오메 허리여. 시발 것 인자 몸땡이도 많이 썼다고 여그저그 어긋나는 소리를 내고."


누구 하나 쳐다본다든지 왜 욕을 하고 그러냐는지 그런 말은 없다. 그저 지나가는 할머니의 한숨이다.

나는 그 틈에서 끼여 자랐다. 고로 나도 욕쟁이다. 부정하지 않는다. 살아오면서 부정한 적도 없다. 입을 다물던지, 쿨하게 인정하던지. 우스갯소리로 친구들이나 남편은 김수미보다 내가 더 잘한다고 했다. 어색한 적이 없단다. 원래가 내가 쓰던 언어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러나 욕쟁이에도 욕쟁이 수준이 있다.

요새들 많이 하는 시발엑스, 개엑스, 미친엑스 등 이런 욕보다는 염병한다 지랄한다 자빠졌다 처먹는다 등등의 말에 가시내나 모시매, 새끼를 붙이면 욕이다. 물론 년이나 놈을 붙이면 그땐..... 싸움이다. 쌈 나면 그때는 년과 놈이 날아다니며 여기저기 붙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나아가 징한 욕은 깎아내리는 말이다. 훌륭하다. 조상 대대로 내려왔을 터이니 조상님들이 훌륭하다 못해 존경스럽다. 전라도라 그럴지도 모른다. (글타고 경상도도 만만치 않았다.ㅎㅎ) 그러니 조상님들이 돌려 까기 후레치고 은근히 까는 데는 존경을 마지않는다. 그걸...... 못 배웠다. 아무리 하려고 해도 제정신에는 어림도 없었다. 쌓이고 쌓여 정신이 거즘 나가야 후레깐다고 했다. 물로 그 대상은 늘 내 가족이었다. 못 배웠다는 말은 거짓말인지도 모른다. 제정신에는 못 하는 것이니 것도 정신병이라면 병이다. 그러니 나도 그 짓을 잘한다고 봐야 하는 거다. 그러나 상처가 너무 깊어 아직도 아물지 않아 웬만해선 그 상처를 벌리지 않는다. 나는 전자를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그것도 애들과 생활하는 슬롯생활을 하다 보니 욕은 못 하는 편이 돼버렸으나, 잘한다. 크크.

이거시 아닌데. 말이 왜 이리 샜지? 늙었어. 늙으니 말만 많아지고 자꾸 말이 다른 데로 새고. 수다방을 차려야 할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