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감정 은행] 대출 약관 및 처벌 조항
제1조: 대출의 담보
대출을 원하는 다람쥐는 자신이 가진 가장 빛나는
'행복한 기억(황금 도토리)'을 은행 금고에 맡겨야 한다.
제2조: 상환의 의무
대출받은 감정을 사용하는 동안, 반드시 타인을 향한 '계산 없는 진심 어린 도움'을 실천해야 한다.
진심이 확인될 때마다 금고 위 물시계의
물이 한 방울씩 채워진다.
제3조: 상환 실패 시의 처벌 (기억의 박멸)
기한 내에 물시계를 채우지 못할 경우,
다음과 같은 단계별 처벌이 즉시 집행된다.
1. [1단계: 색의 상실] 꼬리 끝부터 시작하여 온몸의 털이 회색빛으로 변하며 생기를 잃는다.
2. [2단계: 존재의 망각] 주변 친구들이
당신의 이름과 얼굴을 잊기 시작하며,
숲에서 투명한 존재가 된다.
3. [3단계: 기억의 소멸] 담보로 맡긴
'행복한 기억'이 금고 안에서 검은 재가 되어
흩어지며, 본인이 누구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텅 빈 나무 인형'이 되어 영원히
숲을 떠돌게 된다.
제4조: 특별 구제 조항 (기적의 눈물)
[단서] 단, 모든 기억이 재가 되어 흩어지기 직전,
자신의 그림자조차 사랑하지 못할 만큼 처절하게
뉘우치는 자가 있다면,
그가 흘린 '진심의 눈물' 한 방울로 멈춰버린 물시계를 다시 돌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도토리 감정 은행의 설립 배경: '회색 숲의 위기'
지구의 탄소 배출량 과부하로 인해 숲의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변덕스러워졌습니다.
갑작스러운 폭염과 유례없는 한파,
그리고 먹잇감이 줄어드는 경제적 위기가
한꺼번에 숲을 덮쳤습니다.
이러한 외부의 불안은 다람쥐들의 마음마저
병들게 했습니다.
시기와 질투로 내일의 먹이가 불안해지자
다람쥐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작은 도토리
하나에도 날을 세우며 질투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화합의 상실로 함께 모여 노래하고 춤추던 숲의
공동체 의식은 사라졌고,
각자의 굴속에 숨어 서로를 경계하는 차가운
기운만 맴돌았습니다.
회색빛 절망이 숲 전체에 퍼진 불안과 우울은
다람쥐들의 꼬리에서 색을 앗아갔고,
숲은 점점 희망이 보이지 않는 '회색빛'으로
변해갔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가 자신을 잃고 숲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서,
숲의 원로들은 결단을 내렸습니다.
가장 소중한 기억을 담보로 삼아서라도 서로를
돕는 '선의'를 강제로라도 이끌어내어,
숲의 생기를 되찾기 위해 [도토리 감정 은행]과
그 엄격한 [처벌 조항]을 만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