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갈보 떼의 마음은 살랑살랑, 심술은 삐죽삐죽!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심술을 이길 수 없던 어느 날.
오늘도 갈보 떼는 아침부터 엉덩이가 들썩거려요.
"오늘은 누구를 깜짝 놀라게 해 줄까?" 갈보 떼는
숲 속에서 가장 힘이 센 장수랭이의 점심 도시락인
왕도토리를 몰래 숨겨버리기로 했어요.
"흐흐, 장수랭이가 도토리를 못 찾아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 정말 신나겠지?"
갈보 떼는 낄낄거리며 도토리를 커다란 바위틈에
숨겨두고는 근처 나무 뒤에서 숨죽여 기다렸어요.
드디어 장수랭이가 콧노래를 부르며 다가왔어요.
그런데 이게 웬걸?
장수랭이가 텅 빈 가방을 보며 울상을 짓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옆에 있던 뽀따리울보에게 자기 간식을
나눠주며 다정하게 웃고 있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본 갈보 떼의 마음이 갑자기 '살랑' 하고
흔들렸어요.
'어라? 저렇게 착하게 굴면 내가 뭐가 돼?
나도 사실은 저렇게 착한 다람쥐인데!'
갈보 떼는 방금까지 가졌던 심술은 온데간데없고,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다람쥐가 되고
싶어 졌어요.
그래서 바위틈에서 도토리를 꺼내 장수랭이 앞에
툭 던져두고는 소리쳤죠.
"야! 너 이거 떨어뜨렸더라! 내가 찾아준 거야, 고맙지?"
하지만 고마워하는 친구들의 인사를 듣자마자,
갈보 떼의 마음은 또다시 '삐딱'하게 돌아섰어요.
'쳇, 너무 쉽게 돌려줬나? 좀 더 골려줄걸!'
갈보 떼는 갑자기 심술이 나서 친구들이 마시려던
시원한 샘물에 나뭇잎을 잔뜩 뿌려버리고는
쌩하니 도망쳐버렸어요.
이렇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이 왔다 갔다 하니,
갈보 떼 자신도 자기 마음을 어쩌지 못해 쩔쩔맸답니다.
결국 하루 끝에 갈보 떼는 깨달았어요.
노랑이는 왜 저렇게 웃고 다닐까..?
난 왜 이리도 삐딱할까?
하고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게 되었답니다
워낙 눈치 백 단이라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이었으니까요~
친구들의 얼굴이 어두워질 때마다 자신의 꼬리 끝이
조금씩 회색으로 변하며 생기를 잃어가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세상을 아름답게 보게 해주는 '행복한 기억'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겁이 났지요.
"나, 정말 다시 착해지고 싶어. 이 미안한 마음을
어떻게 갚지?"
그때 갈보 떼는 결심 했어요.
이번엔 그냥 '척'하는 게 아니라, 진심을 다해 친구를
도와주기로요.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할머니 다람쥐를 위해 하루
종일 꼬리가 닳도록 짐을 날랐습니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할머니의 환한 미소를 보자 갈보 떼의 마음속에 있던
심술 지수가 '하나씩 차감' 되기 시작했어요.
회색빛이던 꼬리에도 다시 예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답니다.
갈보 떼는 여전히 갈대처럼 흔들리겠지만,
이제는 '심술'보다는 '도움' 쪽으로 더 자주
흔들리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