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다의 숨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아침 9시 50분, 오늘의 바다는 만조였다. 회색 구름이 하늘과 바다 경계에 내려앉고, 산허리를 감싼 흰 안개는 천천히 능선을 따라 흘렀다. 빗방울이 조용히 바다 위에 내려 작은 원을 그렸고, 그 수많은 동심원들은 이내 잔잔한 물결 속으로 스며들었다.
넓게 펼쳐진 바다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 보랏빛 우산을 들고 어르신이 걷고, 넓은 챙이모자를 눌러쓴 여인은 빗속을 산바카라하듯 걷는다. 노란 비옷을 입은 청년은 우산도 없이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둘이서, 셋이서, 혹은 홀로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넓은 바다 위에 작은 점처럼 흩어져 있지만, 그 풍경은 전혀 쓸쓸하지 않다.
밀려온 파도는 하얀 포말을 만들며 발등을 감싸고 다시 천천히 물러난다. 무릎까지 차오른 바닷물은 시원하고 보드랍다. 발바닥 아래로는 고운 모래와 흙이 물결을 따라 움직인다.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발가락 사이로 진흙이 스며들고, 다시 파도가 훑으면 흙은 살며시 빠져나가 발을 가볍게 놓아준다. 그 리듬은 자장가처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있다. 둘이서 마주 앉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셋이 모여 파도가 스치는 시간을 함께 기다린다. 빗방울은 모자 위를 두드리고, 어깨를 적시고, 잔잔한 웃음소리는 파도 소리에 실려 멀리 흩어진다. 누구도 큰소리로 말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나이도 직업도 살아온 시간이 의미를 잃는다. 바닷물을 무릎으로 느끼고, 빗방울을 맞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모두 하나의 풍경이 된다. 바다는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따뜻한 다리가 되어 준다. 맨발로 걷는 것은 단지 신발을 벗는 행위가 아니다. 하늘과 바다와 흙의 숨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몸의 긴장이 풀리고 복잡했던 생각이 파도에 씻겨 나간다. 발끝에서 시작된 평온은 심장으로 번지고, 마음속 깊이 잔잔한 물결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