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천사를 마주하며

핀란드인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 휴고 심베리 <상처받은 천사>

by에밀리



오래전에 전시회에서 한 그림 앞에 멈추었다. 작품은 핀란드 출신 휴고 심베리의 〈상처 입은 천사〉였다. 설명 없이 그림만 보았으나 쉬이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정갈하게 슈트를 차려입은 두 소년이 상처 입은 천사를 들것에 실어 묵묵히 함께하는 모습은 아름답기보다 처연했다. 무엇보다 눈을 다친 천사의 어깨가 깊이 숙여져 있는 모습, 갈색 옷을 입은 소년의 섬뜩한 눈빛은 오랫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천사는 선의지와 순수의 상징이다. 이 그림 속 천사의 눈은 하얀 붕대로 가려져 있으며 혼자서 걷지 못한다. 그림을 바라볼수록 무기력한 천사는 상처받은 내면을 비추는 거울 같다.


누구나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을 품고 세상을 만난다. 나 역시 상처받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픔과 실패, 관계 속의 쓴맛을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내 안의 순수도 조금씩 찢겼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지만 쉽게 아물지 않은 흔적이 남았다.


그림 속 천사가 혼자가 아니라는 점은 위로를 준다. 천사는 스스로 걸을 수도, 날아오를 수도 없다. 천사와 함께하는 이들은 영웅의 모습이 아닌 아이들이다. 앞서가는 소년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보이고, 뒤따르는 소년은 원망이 가득 찬 눈으로 관람자를 노려보고 있다.


회복은 함께 걷는 마음, 공감과 기다림으로 시작된다. 상처는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고, 조금씩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찢긴 마음을 억지로 감추기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긴다. 마음을 다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상처를 안고도 앞으로 갈 수 있다.


순수와 선은, 상처를 견디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더 깊은 의미를 갖게 된다. 상처 입은 천사는 더 이상 불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아픔을 견디며 다시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상징하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나는 아직도 회복의 길 위에 있다. 때로는 다시 아프고, 때로는 주저앉기도 한다. 이 그림을 떠올릴 때마다 상처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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