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무리가 시끌벅적 떠들며 길을 지나간다. 실내화 주머니를 위로 들고서 뱅뱅 돌리며 한 남학생이 폴짝폴짝 뛰었다.
"야르! 역사 62점! 떡상했드아"
처음엔 점수를 잘못 들은 줄 알았다. 62점을 맞고도 저렇게 환호하며 기뻐할 수 있다니. 시험 문제가 유난히 어려웠던 탓일까. 그런데 뜻밖의 반전은 바로 뒤에서 이어졌다.
한 걸음 뒤에 안경 쓴 학생이 숨을 크게 내쉬고, 땅을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
"부럽다! 난 88점... 떡락했어."
당연히 62점을 맞은 학생이 88점을 부러워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절대 점수는 88점이 높다. 하지만 상대의 성적표는 상승했고, 자신의 성적은 하락했다. 이제야 아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떡상'과 '떡락'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다.
올라갈 때는 낮은 점수에도 신나고, 내려갈 때는 높은 점수에도 불안하다. 어제보다 조금 나아졌으면 비록 62점이어도 웃을 수 있고, 어제보다 뒤처졌다면 88점이어도 고개가 숙여진다.
성적은 점수로 채점하지만, 행복은 증감률로 채점한다. 기말고사 마지막 날에 '떡상했어!' 하고 활짝 웃을 수 있는 마음은 분명한 승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