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길을 짓는 자〉

소설

by산들강바람


第10章 : 거룩한 성전 (聖戰) — [前半部]


마침내 강원도 한옥 문화단지의 상량식(上樑式) 당일이 밝았다.


사자산 밑자락은 이른 아침부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취재진과 정부 고위 관계자, 그리고 지자체 단체장들이 탄 고급 승용차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현장 입구에는 '전통 한옥의 세계화, 태산건설이 짓습니다'라는 거대한 플래카드가 바람에 휘날렸고, 붉은 단청과 화려한 장식으로 도배된 메인 한옥 대웅전의 뼈대가 위용을 자랑하며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었다.


행사장 한복판, 특설 무대 위에는 비단으로 덮인 상량문(上樑文)과 함께 길이 수십 미터에 달하는 화려한 대들보가 크레인 줄에 매달려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고급 정장을 입은 태산그룹 류진섭 회장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귀빈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었고, 그 옆의 임태성 이사는 연신 싱글벙글하며 상량식 진행 요원들에게 큰소리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보십시오, 여러분! 이것이 바로 우리 태산이 완성해 낸 대한민국 최고 규모의 정통 한옥입니다! 잠시 후 최고의 대들보가 올라가며 천년 역사의 새 장을 열 것입니다!"


류 회장의 우렁찬 연설에 참석자들의 열렬한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거대한 거짓이 자본의 화려한 옷을 입고 세상의 축복을 받는 완벽한 허상의 연극이었다.


바로 그 찰나였다.


'쿵―――!!'


행사장 정문 쪽에서 육중하고 둔탁한 소리가 묵직하게 퍼져나가며 무대 위 귀빈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취재진의 카메라 렌즈들이 일제히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갔다. Red carpet이 깔린 화려한 행사장 진입로를 가로질러, 두 명의 사내가 천천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백발을 단정하게 빗어 넘긴 채 낡았지만 정결한 모시 두루마기를 입은 대한민국 마지막 대목장 도진광, 그리고 그 곁에서 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손에 오래된 감나무 먹통을 쥐어 든 서한별이었다.


두 사람의 손에는 세월의 풍우를 견뎌낸 거대한 전통 무쇠 대패와 굵은 먹통이 단단하게 들려 있었다.


"어…… 어이! 저 늙은이랑 서한별이잖아?!"


임태성의 얼굴이 순간 흙빛으로 일그러졌다. 경비원들과 용역 인부들이 경악하며 무대 앞을 막아서려 했으나, 도진광 영감의 서슬 퍼런 눈빛과 한별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인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감히 다가서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저, 저자들은 누구인가?"


"도진광 대목장 아니야? 한국 전통 건축의 최고 거장이 왜 저런 차림으로……?"


기자들의 나지막한 웅성거림이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류진섭 회장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한별과 진광을 노려보았다.


"도 어르신, 그리고 서한별 군.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허락도 없이 들어와 난동을 부리는 건가? 경호원들, 당장 저자들을 끌어내라!"


류 회장의 차가운 명령에 경호원 서너 명이 몽둥이를 꺼내 들고 돌진하려 했으나, 한별은 품 안에서 USB 메모리 하나와 지난밤 목숨을 걸고 촬영했던 정밀 구조 사진들을 고화질 빔 프로젝터 연결 장치에 팍 소리가 나도록 꽂아 넣었다.


'파아 아앗――!'


행사장 대형 스크린 위로, 화려한 단청 뒤에 숨겨진 참혹한 진실이 사정없이 쏟아져 나왔다.


에폭시 본드로 눈속임해 둔 주초석의 이격, 화학 방부제로 겉만 포장한 썩은 수입 목재의 충해 가루, 그리고 지반 밑에서 터져 나와 시커멓게 부풀어 오르는 수맥의 균열선 위에 그어진 검고 단정한 먹선의 자국들!


"……아!"


"이, 이게 뭐야?!"


"기둥 밑바닥이 시멘트와 본드로 범벅이 되어 있잖아?!"


행사장은 순식간에 거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기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스크린의 사진들과 한별의 검은 먹선을 렌즈에 담기 위해 앞다투어 카메라를 밀어 넣었다.


"류진섭, 그리고 임태성!"


한별의 단단하고 웅장한 목소리가 행사장의 소란을 가르며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너희가 세운 이 집은 천 년을 견딜 정통 한옥이 아니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삼류 썩은 목재와 에폭시 본드를 처발라 세운 거대한 사기의 무덤이다!"


"이…… 이 횡령범 소장 새끼가 어디서 조작된 사진으로 모함을 해?!"


임태성이 펄쩍 뛰며 소리를 질렀으나, 한별은 품에서 감나무 먹통을 꺼내 들고 무대 위 상량 대들보를 향해 똑바로 걸어 나갔다.


"네놈들의 거짓이 진실이라 주장한다면, 내 손으로 튕기는 이 마지막 먹줄의 검증을 받아보아라!"


한별의 두 눈이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스승에게 물려받은 '먹줄의 통찰(墨線之眼)'이 완벽하게 개안하며, 상량 대들보 내부의 치명적인 속병이 한별의 눈앞에 선명한 검은 궤적으로 투시되어 들어왔다. 거짓으로 올린 자본의 바벨탑 정상에서, 진짜 대목수 서한별의 거룩한 성전(聖戰)이 마침내 그 막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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