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길을 짓는 자〉

소설

by산들강바람


第9章 : 은밀한 정찰 (潛行) — [後半部]


한별은 거대한 대들보를 지탱하는 주 기둥(主柱) 밑바닥으로 은밀히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공기 중을 가득 채운 매캐한 화학 방부제 독성은 눈시울을 따갑게 찔렀고, 기초 콘크리트 바닥에서는 물을 제대로 빼내지 않아 시큼하고 축축한 오수 냄새가 스며 올라왔다. 높이 십여 미터에 달하는 대형 기둥은 겉보기에 화려한 단청 프라이머와 매끈한 장식재로 둘러싸여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었으나, 한별의 '먹줄의 통찰(墨線之眼)' 속에는 그 가짜 위용 뒤에 숨겨진 목재의 참혹한 비명이 선명히 보였다.


한별은 숨을 죽이고 품 안에서 감나무 먹통과 작은 먹칼을 꺼냈다.


눈을 감고 아랫배로 길게 숨을 밀어 넣자, 시야 전체가 투명하게 개운해지며 주 기둥과 하부 주초석(柱礎石) 사이의 결구 부위가 스캐너처럼 정밀하게 투시되어 들어왔다.


'역시…….'


한별의 두 눈이 차갑게 식어 내렸다.


전통 한옥의 기둥은 주초석의 오목하고 볼록한 생김새에 맞춰 기둥 밑면을 정밀하게 깎아내는 '그랭이질(그랭이 공법)'을 거쳐야 한다. 돌과 나무가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야만 지진이나 폭풍우 속에서도 건물이 흔들리지 않고 대지의 하중을 단단하게 받아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산건설이 올린 주 기둥의 밑면은 그랭이질은커녕 톱으로 대충 잘라낸 평평한 나뭇토막에 불과했다. 그 벌어진 틈새에는 돌과 나무를 고정하기 위해 강한 에폭시 수지 본드와 삼류 시멘트 반죽이 사정없이 쑤셔 박혀 있었다. 게다가 북미산 저가 수입 목재의 심재 부위는 이미 충해와 곰팡이로 부스러기처럼 나사산이 헛돌고 있었다.


"이건 집을 짓는 게 아니라, 시한폭탄을 세워둔 거다."


한별은 떨리는 손으로 먹통에서 팽팽한 먹실을 끌어당겼다.


그는 주초석과 주 기둥이 접하는 접합부, 그리고 에폭시 본드로 눈속임해 둔 기둥 내부의 균열선을 향해 먹실을 대었다. 먹실의 팽팽한 장력을 통해, 기둥 내부에서 억눌린 하중을 견디지 못해 비틀리고 있는 소나무의 미세한 비명이 한별의 손끝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별은 엄지손가락으로 먹실의 한복판을 단단하게 집어 올렸다.


'딱――!'


야간 공사의 굉음과 시끄러운 모터 소음에 묻혀 소리는 작았으나, 차가운 주초석과 썩은 기둥 표면을 때린 먹줄은 단정하고 찰지게 자리를 잡았다.


흩날린 검은 먹물 방울들이 주초석 표면에 새겨지며, 에폭시 본드로 숨겨놓은 기둥 밑면의 치명적인 이격(離隔)과 내부 속병의 경계선이 검고 선명한 일직선으로 그려졌다. 이 먹선은 향후 관관청이나 검찰의 정밀 감정이 이루어질 때, 어디를 파내야 부실시공의 증거가 터져 나오는지를 정확히 지목하는 '진실의 이정표'였다.


한별은 초소형 카메라를 꺼내 그 검은 먹선과 썩은 목재 가루, 그리고 주초석 사이로 흘러나오는 에폭시 본드의 자국을 정밀하게 촬영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어이! 거기 누구야!"


현장 외곽을 순찰하던 거구의 사복 용역 인부 둘이 서치라이트 불빛을 들이대며 주 기둥 뒤편으로 다가왔다. 시린 랜턴 불빛이 한별의 작업복과 손에 쥐어진 감나무 먹통을 사정없이 비추었다.


"이 새끼 뭐야?! 침입자다! 서한별이 이 새끼가 몰래 들어왔다!"


용역 인부의 날카로운 비명이 야간 현장의 정적을 찢었다. 순간 현장 곳곳에서 철제 몽둥이를 든 용역 인부 서너 명이 함성을 지르며 한별을 향해 사정없이 돌진해 왔다.


"잡아라! 회장님이 저 새끼 보이면 그냥 매장시켜도 된다고 하셨다!"


한별은 카메라와 증거가 담긴 메모리 카드를 가슴 품 깊숙이 밀어 넣었다. 손에 쥔 감나무 먹통을 고쳐 쥔 한별의 두 눈에는 두려움 대신, 스승에게 이어받은 대목수의 단단한 기개가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한별은 순식간에 몸을 날려 주 기둥 옆에 쌓여 있던 거대한 기와 더미 뒤로 몸을 숨겼다.


철제 몽둥이가 공중을 가르며 기와 더미를 사정없이 깨뜨렸고, 요란한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한별은 날렵하게 바닥을 굴러 용역의 다리를 걷어차 넘어뜨린 뒤, 어둠이 짙게 깔린 현장 외곽 펜스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다.


"저 새끼 놓치지 마! 정문 막아!"


뒤에서 쫓아오는 용역들의 고함과 서치라이트 불빛이 사방에서 쏟아졌으나, 한별은 이미 '먹줄의 통찰'로 현장 지형의 구조와 구조물들의 배치를 투시하듯 파악하고 있었다.


한별은 어둠 속에 뒤얽힌 철근 더미와 가짜 주초석 사이를 바람처럼 빠져나가, 펜스의 어두운 틈새를 통해 산골짜기의 음습한 숲 속으로 신속하게 몸을 던졌다.


"하아…… 하아……."


사자산의 시린 밤바람이 거친 숨을 내쉬는 한별의 폐부를 깨끗하게 씻어 내렸다.


품 안에 가만히 잡히는 카메라와 스승의 감나무 먹통. 그 안에는 자본의 거대한 거짓을 완벽하게 무너뜨릴 가장 단단하고 정직한 진실의 증거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건너편 숲 속, 노송 아래 서 있던 도진광 대목장이 무사히 탈출한 제자의 어깨를 묵직하게 짚었다. 스승과 제자의 눈빛이 어둠 속에서 불꽃처럼 교차했다.


내일모레로 다가온 대형 한옥 문화단지의 상량식.


거짓으로 올린 거대한 바벨탑의 정상에서, 대지가 인정한 진짜 대목수 서한별의 정직한 먹줄이 자본의 더러운 탐욕을 향해 마지막 벼락을 내리칠 거룩한 도약의 순간이 비로소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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