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길을 짓는 자〉

소설

by산들강바람


第9章 : 은밀한 정찰 (潛行) — [前半部]


칠흑 같은 어둠이 사자산의 골짜기를 거칠게 덮쳐왔다. 태산건설의 대형 한옥 문화단지 공사 현장은 야간 조명등의 핏빛 불빛 아래 수십 대의 중장비들이 가쁜 숨을 토해내며 야간 강행 공사를 감행하고 있었다.


류진섭 회장의 지시 이후, 태산건설은 국토부와 강원도청의 감리단을 돈과 정경유착의 힘으로 완벽히 통제한 채, 썩은 수입 목재와 가짜 콘크리트 기초 공사를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외곽 펜스에는 24시간 사복 용역 인부들이 배치되어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차단했다.


현장 건너편, 빽빽한 낙엽송 숲 그늘 속.


서한별은 어두운 작업복 차림에 스승이 물려준 감나무 먹통과 작은 공구집을 가슴 품에 단단히 밀착시킨 채 웅크리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도진광 대목장이 노송의 뿌리처럼 고요하게 숨을 죽인 채 현장의 정경을 노려보고 있었다.


"보이느냐, 한별아."


진광의 낮게 가라앉은 쇳소리가 바람 소리에 묻혀 흘러나왔다.


"겉으로는 거창한 정통 한옥의 기둥들을 올리는 것처럼 보이나, 기둥을 받아낼 지반 기초 공사부터가 철저히 썩어 있구나."


한별은 눈을 감고 아랫배에 힘을 주어 길게 숨을 내쉬었다. 스승에게 이어받은 '먹줄의 통찰(墨線之眼)'을 개안하자, 투명하게 개운해진 시야 너머로 200미터 앞 야간 조명 아래 세워지고 있는 메인 한옥 단지의 기초 지반과 기둥 내부가 투시경처럼 환히 들여다보이기 시작했다.


"……심각합니다, 어르신."


한별의 두 눈이 차갑게 이글거렸다.


"지난번 터져 나온 지하 수맥을 제대로 배수 처리하지 않고, 그 위에 대충 저가 시멘트를 퍼부어 겉면만 평평하게 만들었습니다. 땅속 깊은 곳에서는 수맥이 여전히 지반을 잘게 쪼개며 부풀어 오르고 있고, 그 위에 세워진 수십 개의 수입산 대형 기둥들은 장부 물림 자리에 강한 에폭시 본드만을 칠해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습니다."


"화려한 단청으로 겉면을 칠해놓으면 전문가의 눈도 속일 수 있겠지. 하지만 단청 아래 숨겨진 나무의 비명과 땅의 경련은 결코 속이지 못한다."


진광이 한별의 어깨를 묵직하게 짚었다.


"내일모레면 지자체 단체장들과 언론 기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대형 상량식(上樑式)이 열린다. 놈들은 상량식을 통해 부실공사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려 할 게다. 그전에 네가 직접 현장 깊숙이 들어가, 저 가짜 기둥들과 썩은 지반의 치명적인 균열을 증명할 정직한 먹선을 그어놓아야 한다."


"예, 어르신. 직접 들어가서 놈들의 위조된 공법과 부실시공의 물리적 증거를 명확하게 수집해 오겠습니다."


한별은 가슴 품의 먹통을 고쳐 쥐었다. 손바닥에 새겨진 단단한 장인의 굳은살을 타고, 부실과 비리로 점철된 거짓 건축물을 향한 거친 분노와 정직한 목수의 사명감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한별은 바람처럼 사복 용역들의 감시망을 피해 철제 펜스의 어두운 틈새를 통해 현장 내부로 신속하게 몸을 던졌다.


공기 중에는 매캐한 시멘트 가루와 화학 방부제 독성이 진동하고 있었다. 높이 수십 미터에 달하는 대형 한옥 기둥들이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며 치솟아 있었지만, 한별의 '먹줄의 통찰' 속에는 그 기둥들이 머지않아 사람들을 삼킬 거대한 톱날처럼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한별은 어둠 속을 기어 메인 단지의 대들보를 지탱하는 가장 핵심적인 주 기둥(主柱) 감 밑으로 은밀하게 침투했다.


그의 손에는 거짓을 자르고 진실을 밝혀낼 스승의 감나무 먹통과 예리한 먹칼이 쥐어져 있었다. 거짓으로 쌓아 올린 거대한 공룡의 심장부 한복판에서, 진짜 대목수 서한별의 목숨을 건 정찰이 소리 없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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