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임태성의 거창한 호언장담에 참석한 지자체 관계자들과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붉은 단청용 프라이머와 화학 방부 코팅이 번지르르하게 입혀진 수입 목재들은 화려한 조명 아래서 마치 천 년을 견딜 최고급 부재처럼 매끄러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보십시오! 이 웅장한 대들보의 위용을! 태산건설은 전통의 가치를 현대적 공법으로 완벽하게 재현해 낼 것입니다!"
임태성이 목재 표면을 탕탕 두드리며 기고만장한 웃음을 터뜨리던 그 순간,
"그 썩은 껍데기를 치워라!"
야적장 어귀를 뚫고 들어오는 묵직하고 단정한 목소리가 기자들의 소란을 단숨에 사정없이 갈랐다.
취재진의 카메라가 일제히 소리가 난 쪽을 향했다. 흙먼지 부풀어 오르는 야적장 진입로를 가로질러, 작업복 차림에 감나무 먹통을 손에 쥐어 든 서한별이 조용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전통 대목장, 도진광 영감이 노송처럼 굳건한 태도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 어이! 서한별?!"
임태성의 얼굴에서 순간 피기가 싹 가셔 나갔다. 경비원들과 용역 인부들이 경악하며 한별을 막아서려 했으나, 한별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인의 기개와 서슬 퍼런 눈빛에 눌려 감히 손을 대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서 목수! 너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들어와서 행패야? 당장 나가지 못해!"
임태성이 소리를 지르며 위세를 부리려 했으나, 한별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기자들과 지자체 감리단 앞으로 곧장 걸어 나갔다.
"기자 여러분, 그리고 감리위원 여러분. 지금 여러분 눈앞에 있는 저 목재는 100년을 버틸 최고급 부재가 아닙니다."
한별의 목소리는 야적장의 바람을 가르며 선명하게 퍼져나갔다.
"고온 다습한 열대 우림에서 급속 재배되어 밀도가 턱없이 낮고, 내부가 흰개미와 곰팡이균으로 사정없이 썩어 들어간 삼류 저가 수입재입니다. 겉면의 가짜 껍데기와 독성 방부제에 속지 마십시오!"
"이…… 이 새끼가 미쳤나! 어디서 허위사실을 유포해?! 이 자재들은 엄격한 정밀 검사를 거쳐 수입된 특 A급 목재야!"
임태성이 펄쩍 뛰며 용역들에게 손짓했다.
"뭐 해, 당장 저 놈 끌어내지 않고!"
"그렇다면 내 먹줄을 검증해 보아라!"
한별이 품에서 감나무 먹통을 꺼내 들었다.
한별은 팽팽하게 당겨 나온 먹실을 임태성이 방금 전 최고급 부재라고 자랑했던 초대형 대들보 감 수입 목재 표면에 길게 늘어뜨렸다.
한별이 눈을 감고 아랫배로 길게 숨을 내쉬었다. '먹줄의 통찰(墨線之眼)'이 가뭇없이 작동하며, 방부막 뒤에 숨겨진 목재 내부의 참혹한 충해와 에폭시 본드로 가려놓은 썩은 균열들이 한별의 뇌리 속에 투시화처럼 환히 그려졌다.
한별은 엄지손가락으로 먹실의 한복판을 단단하게 집어 올렸다.
'딱――!'
날카롭고 단정한 마찰음이 온 야적장을 울렸다.
허공에서 튕겨 나간 먹줄이 매끈한 코팅 표면을 때리고, 목재 표면 위에는 한별이 그어놓은 검고 굵은 먹선 하나가 일직선으로 새겨졌다.
"이 먹선이 그어진 자리를 끌로 파내어 보아라!"
한별이 기자들과 감리단을 향해 단호하게 외쳤다.
"만약 이 먹선 아래 썩은 균열과 충해가 없다면, 나는 어떤 처벌이든 달게 받겠다. 하지만 내 말이 맞다면 태산건설은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사기를 친 범죄 집단이다!"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미친 듯이 터져 나왔고, 당황한 지자체 감리위원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공구함에서 대형 보링 타공기와 전통 끌을 집어 들었다.
"이, 이봐요! 감리위원님들! 저런 횡령범 산골 인부 새끼 말을 믿고 자재를 손상시키면 어떡합니까!"
임태성이 식은땀을 흘리며 막아서려 했으나, 기자들의 시선과 공공 감리단의 압박에 밀려 결국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감리위원이 한별이 그어놓은 검은 먹선 한복판에 타공기를 대고 깊숙이 구멍을 뚫었다.
'드르르르르르-!'
기계가 목재 내부 10센티미터 지점을 파고들어 간 순간,
'푸스스스스――'
매끈한 대팻밥 대신, 누렇게 부스러진 썩은 목재 가루와 충해로 짓눌린 검은곰팡이 덩어리들이 시큼하고 독한 화학 약품 냄새와 함께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아!"
"이, 이건 완전히 속이 썩어 문드러진 껍데기잖아?!"
"독성 방부제 냄새가 진동을 하네!"
야적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기자들이 쏟아져 나온 썩은 목재 가루와 한별의 검은 먹선을 렌즈에 담기 위해 앞다투어 카메라를 밀어 넣었다.
"임태성 이사!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특 A급 부재라더니 내부가 완전히 썩은 부실 자재 아닙니까?!"
임태성은 얼굴이 흙빛으로 변한 채 억지 미소를 지으려 했으나, 쏟아지는 질문과 카메라 불빛 앞에서 사시나무 떨듯 사정없이 떨고 있었다.
한별은 썩은 목재 가루가 흩날리는 야적장 한복판에서 감나무 먹통을 가만히 거두어 품에 안았다.
" 보았느냐, 임태성."
한별의 목소리는 거대한 자본의 거짓을 꿰뚫으며 차갑고 단호하게 울렸다.
"네놈들이 화려한 단청과 돈으로 세상을 속이려 했을지라도, 대지의 나무와 정직한 먹줄의 눈은 결코 속이지 못한다."
도진광 대목장이 한별의 어깨를 묵직하게 짚었다. 스승과 제자는 썩은 자재와 거짓의 비명이 몰아치는 야적장을 뒤로한 채, 단단하고 정직한 걸음으로 산길을 향해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거짓으로 세워진 거대한 자본의 무덤을 향해, 진짜 대목수 서한별의 정직한 먹줄이 던진 두 번째 거룩한 승리의 선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