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길을 짓는 자〉

소설

by산들강바람


第4章 : 첫 번째 통찰 (開眼) — [後半部]


"……눈을 떴다니요? 어르신,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한별은 여전히 떨리는 두 손을 내려 보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눈앞의 소나무 고목 내부를 사정없이 관통하고 있는 붉고 검은 나이테의 결, 그리고 심재 깊숙이 검은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속병'의 형상이 선명한 투시화처럼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손끝을 통해 전해지던 먹실의 미세한 장력과 나무의 울림이, 그의 시각과 완벽하게 일합을 이루며 만들어낸 신비로운 감각이었다.



진광은 소나무 고목 옆으로 다가와 굳은살 박힌 손으로 목재 표면을 가만히 어루만졌다.



"대목의 세계에는 글자나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마지막 경지(境地)가 하나 있다."


진광의 목소리는 산골짜기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나지막하고 묵직했다.


"사람들은 내가 백 년 된 나무의 겉모습만 보고도 그 속이 썩었는지, 굽었는지 맞춘다며 신기해하지. 하지만 그것은 도술이 아니다. 평생을 거짓 없이 대지의 나무를 마주하고, 자신의 헛된 탐욕을 털어낸 자만이 다다르는 '먹줄의 통찰(墨線之眼)'이지."



"먹줄의 통찰……."



"그래."


진광이 한별의 눈을 정면으로 들어 보았다.


"나무는 제 몸에 생긴 상처와 속병을 결코 스스로 외쳐 말하지 않는다. 오직 사심(私心) 없는 목수가 정직하게 숨을 불어넣어 먹줄을 튕길 때, 그 미세한 울림과 파동을 통해 제 속살의 진실을 목수에게 전하는 법이다. 네놈이 도심의 쇳가루와 거짓 욕망을 완벽히 털어내고, 마침내 나무의 진실과 정직하게 교감했기에 그 눈이 열린 게다."



진광은 정반 옆에 놓인 길쭉한 끌과 참나무 망치를 집어 한별의 손에 쥐여주었다.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아라. 네가 본 먹선 아래의 진실이 진짜인지, 네 환영인지."



한별은 침을 마른 채 삼키며 소나무 고목 위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시선은 조금 전 눈앞에 환히 투시되었던, 속병이 시작되는 그 검은 균열의 지점을 정확히 지목하고 있었다. 한별은 망치를 들어 끌 자루를 강하게 내리쳤다.



'콰앙-! 콰앙-!'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겉 표면의 멀쩡한 소나무 결이 쪼개져 나갔다. 세 번, 네 번의 깊은 끌질이 이어지고, 소나무 고목의 깊은 심재(心材) 부분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



한별의 입에서 억눌린 탄성이 터져 나왔다.



겉보기에는 완벽하고 멀쩡해 보이던 백 년 고목의 내부, 한별의 끌 끝이 도달한 그 깊숙한 한복판에는 정말 새 검게 썩어 들어간 '심재 부후'의 상처가 고스란히 들어차 있었다. 한별이 먹줄을 튕기는 순간 투시하듯 보았던 그 균열의 위치와 넓이, 깊이가 단 1mm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었다.



만약 이 속병을 알지 못하고 이 소나무를 무거운 지붕을 지탱할 대들보로 사용했다면, 수년 뒤 건물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기둥 한복판이 사정없이 꺾여 내려앉을 치명적인 부실 자재였던 것이다.



한별은 소나무의 썩은 속살을 쓸어내리며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최첨단 초음파 탐상기나 레이저 측정기로도 목재의 미세한 심재 부후를 완벽히 감지해 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제 안의 잡념을 비워내고 튕겨낸 단 한 번의 정직한 먹줄이, 자재 뒤에 숨겨진 치명적인 결함과 진실을 완벽하게 밝혀낸 것이었다.



"알겠느냐."


진광이 쪼개진 나무 단면을 내려다보며 엄숙하게 입을 열었다.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듯, 자신의 상처 또한 속이지 않는다. 겉모습만 화려하게 포장하여 썩은 자재로 집을 세우는 놈들은 결코 이 먹줄의 길을 알지 못하지. 네가 깨달은 그 눈은 네 탐욕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거짓으로 가득 찬 세상의 건물 뒤에 숨겨진 위험한 균열을 밝혀내고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장인의 천명(天命)이다."



"어르신……."



한별은 쪼개진 소나무 단면 위에 두 손을 가만히 얹었다. 손바닥에 패인 장인의 두꺼운 굳은살을 타고, 백 년 고목이 품어온 서글픈 상처와 진실의 온기가 아늑하게 스며들었다.



자본의 모함으로 억울하게 매장당하고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청년 서한별.



쇳가루와 거짓의 먼지를 털어낸 그의 두 눈은 이제 단순한 건축 공학도의 눈이 아니었다. 백 년 고목의 숨겨진 결함을 읽어내고, 거짓으로 세워진 세상의 부조리한 균열을 꿰뚫어 보는 진짜 장인, 대목수(大木匠)의 거룩한 눈('墨線之眼')이 푸른 겨울 산골의 정적 속에서 비로소 투명하고 단단하게 빛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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