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길을 짓는 자〉

소설

by산들강바람


第3章 : 먹통과 먹줄 (墨繩) — [前半部]


새벽 네 시, 산골의 어둠은 아직 깊은 수묵화처럼 골짜기를 덮고 있었다. 동이 트기도 전이었지만, 도진광 대목장의 작업장에는 이미 조그만 알몸 전구가 주황빛 온기를 밝히며 서서히 일상을 깨우고 있었다.


서한별은 툇마루 구석에 무릎을 꿇고 앉아 스승의 도구들을 정돈하고 있었다. 이틀 밤을 새우며 거친 대패질을 버텨낸 그의 손바닥은 여전히 핏기가 가시지 않은 채 화끈거렸으나, 손가락 마디마디는 어제보다 훨씬 묵직하고 단단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따라오거라."


작업장 안쪽 먹방(墨房)에서 나온 도진광 영감의 손에 낡고 때 묻은 감나무 먹통(墨筒) 하나가 들려 있었다. 세월의 풍우를 맞아 손때가 반질반질하게 윤을 내는 먹통이었다. 진광은 작업장 정반 위에 육중하게 누워 있는 육송(陸松) 대들보 감 앞으로 걸어갔다.


"네놈은 건축공학을 했다 했으니, 먹줄의 원리 정도는 머리로 알고 있겠지."


진광이 먹통에서 먹물을 머금은 실, 즉 먹줄을 끌어당겨 잡으며 물었다.


"예, 어르신. 곡선이나 불규칙한 원목 표면에 기준이 되는 정직한 직선을 긋기 위해 튕기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다."


진광이 혀를 쯧 차며 나지막이 호통을 쳤다.


"먹줄은 단순히 선을 긋는 도구가 아니다. 먹줄은 휜 나무가 가지고 있는 고집과, 앞으로 기둥이 되어 대지의 하중을 받아낼 나무의 심장 선을 찾아내는 목수의 첫 번째 맹세다. 이 줄 하나 잘못 튕기면, 천 년을 견딜 대들보도 하루아침에 주저앉는 법이지."


진광은 먹통 실타래 끝에 달린 먹칼(墨針)을 소나무 고목의 한쪽 단면 중심에 묵직하게 꽂아 넣었다. 그리고 먹줄을 끌어당겨 반대쪽 단면으로 걸어갔다.


먹통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는 먹실은 팽팽하게 긴장감을 품으며 소나무의 거친 표면 위를 나란히 가로질렀다.


"와서 이 끝을 잡아라."


한별은 스승의 지시에 따라 소나무 반대편 단면에 꽂힌 먹칼의 위치를 손가락으로 눌러 고정했다. 줄을 잡은 한별의 손끝으로, 스승이 당기는 먹줄의 미세한 떨림과 팽팽한 장력(張力)이 수식이나 공학 계산서보다 훨씬 정밀한 파동으로 전해져 왔다.


"나무는 완벽한 직선으로 자라지 않는다. 산자락의 바람을 맞고, 햇빛을 따라 굽어지고 틀어지며 제 몸을 비틀지. 그러나 먹줄은 그 어떤 곡선 앞에서도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 어떠한 휨과 왜곡 속에서도 오직 단 하나의 정직한 중심을 꿰뚫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먹줄이다."


진광은 소나무 기둥 한복판에 서서, 팽팽하게 당겨진 먹줄의 한가운데를 엄지와 검지로 가만히 집어 올렸다.


먹물 자욱한 실이 허공으로 팽팽하게 당겨지며 시린 산골 바람을 갈랐다. 작업장의 모든 정적과 서한별의 숨소리가 그 팽팽한 실 끝으로 집약되는 순간이었다.


'딱-!'


진광이 손가락을 놓는 순간, 정적을 찢는 날카롭고 단정한 마찰음이 온 골짜기를 울렸다.


허공에서 튕겨 나간 먹줄이 소나무의 거친 껍질과 나이테 표면을 강렬하게 때리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흩날리던 먹물 방울들이 차가운 산골 공기 속으로 가뭇없이 산화하고, 소나무 표면 위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검고 선명한 하나의 완전한 직선(直線)이 굵게 그어졌다.


한별은 숨을 멈춘 채 그 검은 먹선을 바라보았다.


자본의 거짓과 부실공사의 위조 서류 속에서 찌들어 있던 그의 눈앞에, 어떠한 요령이나 속임수도 허용하지 않는 장인의 정직한 궤적이 굵게 각인되어 있었다. 레이저 수평계의 디지털 수치가 줄 수 없는, 대지와 인간이 함께 그어낸 숭고한 결의 선이었다.


"이 선이 바로 목수의 눈이다."


진광이 먹통을 거두며 한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제 네 차례다. 저 옆에 누운 건물의 샛기둥 감 소나무에 직접 먹줄을 튕겨 보아라. 단 한 치의 떨림이나 어긋남이 있다면, 네놈은 오늘부로 먹통을 쥘 자격을 잃을 게다."


한별은 침을 마른채 삼키며 먹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바닥의 상처가 다시 피를 토하듯 아려왔지만, 그의 두 눈은 스승이 그어놓은 검은 먹선처럼 깊고 정직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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