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길을 짓는 자〉

소설

by산들강바람


第2章 : 대팻밥 향기 (木香) — [後半部]


한별은 스승이 세워준 은빛 날을 소나무 표면에 나란히 대었다.


어깨의 힘을 빼고, 아랫배에 묵직하게 숨을 불어넣으며 몸 전체의 하중을 대패 자루 위로 살그머니 실었다. 낮 동안 매연과 쇳가루를 토해내던 도심의 폐부는 산골의 알싸한 냉기를 삼키며 느리게 부풀어 올랐다.


'스아아아아――'


기적 같은 소리가 고요한 작업장의 어둠을 찢었다.


아까처럼 대패날이 결을 씹거나 나무 표면을 파먹으며 턱턱 멈춰 서는 일은 없었다. 잘 갈린 무쇠 날은 마치 따스한 칼날이 버터를 베어 넘기듯, 소나무의 단단한 껍질과 나이테를 부드럽게 타고 넘었다.


끝없이 이어진 비단실 같은 흰 대팻밥이 대패집 위로 끊어지지 않고 돌돌 말려 피어올랐다. 하얀 대팻밥이 사방으로 흩날릴 때마다, 차가운 산골 바람 속으로 알싸하고도 달콤한 송지(松脂)의 향기가 흩뿌려졌다. 시멘트와 오수가 범벅이 되었던 한별의 상처 난 폐부 속으로, 진정한 대지의 향기가 비로소 깊숙이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됐다."


진광의 묵직한 한마디가 어둠 속에서 떨어졌다.


한별은 대패를 멈추고, 자신이 다듬어낸 소나무 표면을 손으로 천천히 쓸어내렸다. 손바닥은 여전히 터지고 핏물이 배어 나와 시렸지만,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목재의 표면은 놀라울 정도로 매끄럽고 온화했다. 단 1mm의 오차도, 뒤틀림도 없는 완벽한 평면. 공학 계산서나 기계 레이저가 만든 차가운 정밀함이 아닌, 장인의 정직한 날과 노동자의 숨결이 만들어낸 숭고한 결이었다.


"나무는 차갑지 않습니다, 어르신."


한별이 경이로운 눈빛으로 나지막이 읊조렸다.


"철근과 콘크리트는 손을 대면 뼛속까지 시린 냉기가 파고들었는데…… 이 나무는 제 피와 땀을 정직하게 받아내며 온기를 뿜어냅니다."


"당연한 것을."


진광은 툇마루에서 일어나 낡은 짚신을 고쳐 신었다.


"나무는 살아있던 생명이다. 흙에서 영양을 빠아 올리고, 백 년 동안 바람과 태풍을 견디며 제 몸에 결을 새긴 놈이지. 사람의 탐욕을 위해 억지로 부러뜨리려 하면 이빨을 드러내지만, 제 결을 인정하고 정직하게 숨을 대어주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집이 되어 사람을 지켜주는 게다."


진광은 작업장 어귀로 걸어가며 턱으로 구석진 온돌방을 가리켰다.


"가서 씻고 자라. 내일부터는 진짜 먹줄(墨線)을 튕길 테니. 네 손에 박힌 그 피와 굳은살이 완전히 굳기 전까지는 단 한순간도 방심하지 마라."


"예, 어르신. 감사합니다!"


한별은 가슴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울컥함을 참으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온돌방으로 들어서자, 오래된 장작불의 따스한 온기와 함께 짚으로 만든 요가 그를 맞아주었다. 한별은 대패질로 쓸려나간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붉은 피는 어느새 송진과 섞여 검붉게 굳어가고 있었고, 그 위에 조금씩 장인의 굳은살이 단단하게 터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는 호주머니 속에서 대학 시절부터 품고 다녔던, 서울의 건설 현장에서 찌그러졌던 스틸 줄자를 꺼내놓았다. 그리고 그 옆에 오늘 스승과 함께 다듬어낸 작은 대팻밥 한 자락을 가만히 올려놓았다.


차가운 쇠와 숫돌이 부딪치며 내던 정직한 소리, 상처 난 손끝을 파고들던 알싸한 대팻밥의 향기.


자본의 모함과 거짓으로 가득했던 도심의 쇳가루는 완벽하게 씻겨 나갔고, 청년의 가슴속에는 오직 대지가 가르쳐주는 가장 정직한 '대목의 길'이 푸른 향기를 내뿜으며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시린 겨울 산골의 밤하늘 위로, 정직한 장인의 성장을 축복하듯 은빛 별빛들이 맑고 푸르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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