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공장의 소음은 한순간도 멈추는 법이 없었다. 수천 마리의 철식(鐵食) 동물이 일제히 울부짖는 듯한 프레스 기계의 타격음, 천장을 타고 달리는 거대한 천장 크레인의 쇠사슬 마찰음, 그리고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가스 절단기의 날카로운 파열음까지. 그 거대한 소리의 격류(激流) 속에서 인간의 목소리는 고작 몇 센티미터도 나아가지 못하고 고막 근처에서 가차 없이 분쇄되곤 했다. 이곳에서 귀마개를 깊숙이 찔러 넣은 인부들은 서로를 향해 입을 여는 대신 거친 손짓과 고개의 끄덕임, 혹은 서로의 작업복 뒷모습을 눈빛으로 읽어내며 하루의 노동을 수행했다. 언어가 사멸한 침묵의 바다, 그것이 함양(鹹陽) 공설 작업장의 진정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강민우는 손목에 하얀 붕대를 감은 채 다시 화구(火口)를 쥐었을 때, 기묘한 청각적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귀를 찢는 기계음만 가득해 머리가 깨질 것 같았으나, 호흡을 아랫배로 내리누르고 분필 선에 불꽃의 정점을 맞춘 채 온 신경을 모으자, 사방을 에워싸고 있던 외부의 굉음들이 마치 거대한 장막 뒤로 물러서듯 서서히 아득해졌다. 그리고 그 기괴한 정적의 공간 틈새로, 아주 작지만 선명한 어떤 소리들이 세포의 표면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쉭――, 쉭――.'
그것은 자신의 분진 마스크 너머로 새어 나오는 규칙적이고 가쁜 숨소리였다. 그리고 그 자신의 숨소리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일정한 박자로, 바로 옆 정반(定盤)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묵직한 숨소리가 있었다. 바로 오진성(吳眞聲)의 숨소리였다.
진성은 사십오 밀리미터 두께의 고장력 강판을 절단하고 있었다. 그의 거구는 미동도 하지 않았고, 오직 화구를 쥔 오른손만이 철판의 단면을 따라 미세하게 기어갈 뿐이었다. 공장의 굉음은 여전했으나, 민우의 귀에는 이제 진성의 마스크 너머로 새어 나오는 깊고 단단한 호흡음, 그리고 그 호흡에 맞춰 철판의 심장을 뚫고 들어가는 청백색 불꽃의 미세한 지치직 소리만이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독주처럼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것은 인간의 성대를 거쳐 나오는 육성(肉聲)이 아니었다. 그것은 삼십 년 동안 거친 물질의 저항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다듬어진 한 인간의 내면의 소리이자, 삶을 정직하게 밀고 나가는 자의 거룩한 심장 소리[心音]였다.
진성의 호흡은 조급하지도, 그렇다고 게으르지도 않았다. 철판이 단단하게 저항하는 구간에서는 숨을 가만히 멈추어 불꽃의 척추를 바로 세웠고, 쇳물이 부드럽게 길을 열어주는 구간에서는 길게 숨을 내쉬며 화구의 걸음을 달래었다. 민우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호흡을 그 장인의 숨소리에 맞추기 시작했다. 들숨과 날숨의 간격을 진성의 어깨 선이 들썩이는 리듬에 동조시키자, 신기하게도 손목의 화상 통증이 가라앉고 덜덜 떨리던 황동 토치의 끝자락이 먹줄을 튕겨놓은 분필 선 위에 자석처럼 단단하게 달라붙었다.
'콰아아아――'
민우의 정반 밑으로도 마침내 막힘없는 황금빛 불꽃비[火雨]가 거세게 쏟아져 내렸다. 곡선의 궤적을 그리며 나아가는 청년의 손끝은 더 이상 두려움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불꽃이 철의 완강한 빗장을 열어젖힐 때마다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이 토치의 관을 타고 민우의 손바닥을 거쳐 심장으로 곧장 전해졌다. 이제 민우는 눈으로 선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끝과 귀에 걸려오는 진성의 호흡, 그리고 철이 내는 미세한 마찰음을 통해 불꽃의 길을 인도하고 있었다.
그것은 고독한 노동자들이 거친 현장의 압도적인 소음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연대하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말을 섞지 않아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지 않아도, 그들은 오직 식어가는 철판의 단면과 서로의 규칙적인 숨소리만으로 상대가 지금 어떤 고뇌를 품고 있는지, 삶의 어느 지점을 통과하고 있는지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삼십 년 세월의 노송(老松)과 이제 막 대지에 뿌리를 내리려는 어린 나무의 호흡이, 자욱한 쇳가루의 장막 속에서 그렇게 하나의 아름다운 불협 없는 조화를 이루어가고 있었다.
오후 네 시를 넘어설 무렵, 제1작업장의 대형 크레인이 거대한 철골 구조물을 옮기느라 공장 전체가 평소보다 몇 배의 진동으로 흔들렸다. 주변의 몇몇 젊은 인부들이 흐트러진 호흡 때문에 화구의 불을 끄고 뒤로 물러섰으나, 진성과 민우 두 사람은 마치 거대한 바위산처럼 정반 앞에 붙박인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들의 귀에는 공장의 광란적인 소음 대신, 서로의 폐부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정직한 노동의 심음(心音)만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물질은 여전히 냉혹했으나, 그 냉혹함을 견뎌내는 인간의 연대는 이미 그보다 더 단단하고 뜨거웠다.
'위우우우웅――'
마침내 작업의 종료를 알리는 은퇴의 사이렌이 높은 지붕을 때렸다. 전압이 차단되자 굉음이 파도처럼 밀려 나갔고, 사방을 밝히던 청백색의 불꽃들도 일제히 소멸했다. 공장 안에는 오직 뜨겁게 달아오른 철판들이 내뿜는 희끄무레한 열기와 깊은 침묵만이 남았다.
진성은 비로소 화구를 내려놓고 고글을 올렸다. 그의 검게 그을린 얼굴 위로 땀방울이 눈물처럼 흘러내렸으나, 그의 눈빛만큼은 청년의 단정한 잘려 나간 철판을 보며 깊은 만족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진성은 마스크를 벗고 민우를 향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귀마개를 뺀 청년의 귀에, 이제 장인의 목소리는 더 이상 기계음에 묻히지 않고 똑바로 전해졌다.
"오늘 네 화구의 소리가 아주 좋았구나."
민우는 붕대 감긴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반장님의 숨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소리를 따라가니 불꽃이 길을 잃지 않더군요."
진성은 대답 대신 민우의 땀방울 맺힌 어깨를 두껍고 거친 손으로 꾹 눌러주었다. 말이 필요 없는 장인들의 대화였다. 창문 틈새로 다시금 서녘의 붉은 노을빛이 가늘고 길게 흘러들어와,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정반 위와 붕대 감긴 청년의 손목을 황금빛으로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공장의 거친 굉음 속에서 찾아낸 내면의 고요함,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확인한 서로의 살아있는 숨소리는, 마침내 척박한 삶의 현장을 인간의 존엄성이 살아 숨 쉬는 거룩한 성전(聖殿)으로 바꾸어놓고 있었다. 전반부 쇳물(鐵水)의 장이 그렇게 저무는 노을빛 속에서 웅장하고 깊은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되고 있었다. 두 노동자의 바른 직선은 이제 밤의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을 발할 만큼 정직하게 뻗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