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第六章:導火 (도화) — 불꽃을 다루는 법, 삶을 견디는 법
공장 마당의 외진 적재함 뒤편에는 폐기된 철골 구조물들이 녹슨 시체처럼 겹겹이 쌓여 있었다. 한때는 거대한 교량이나 선박의 일부였을 철의 잔해들은 이제 사계절의 풍우(風雨) 속에서 붉고 검은 산화의 흔적만을 완강하게 드러낸 채, 대지의 중력을 견디며 침묵하고 있었다. 그 완강한 고독의 음영 속에 강민우는 홀로 주저 앉아 있었다. 시멘트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냉기가 두꺼운 가죽 앞치마를 뚫고 들어와 청년의 야윈 허벅지를 차갑게 적셨고, 허공을 떠돌던 스산한 가을 미풍은 폐철(廢鐵) 사이를 지나며 흡사 톱날이 스치는 듯한 스산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거칠게 벗어던진 노란 안전모는 바닥을 몇 바퀴 구른 채 먼지구덩이 속에 뒤집혀 있었고, 청년의 뺨과 손등에 얼룩진 시커먼 쇳가루는 눈물 자국과 뒤섞여 기괴한 화인(火印)처럼 굳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무력함, 현장의 냉혹함, 그리고 무엇보다 평생을 묵묵히 직선만을 그어온 노련한 장인의 서슬 푸른 호통이 귀를 찢는 이명처럼 귓전을 떠나지 않았다. 이 지독한 쇳가루 구덩이 속에서 자신은 한낱 쓸모없는 부속품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깊은 회의와 자괴감이 청년의 가슴을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철은 정직하다 했으나, 그 정직함이 아직 육체를 단련하지 못한 초심자에게는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절벽과도 같았다.
서걱-, 서걱-.
그때, 자욱한 분진과 거친 자갈마당을 밟으며 다가오는 특유의 묵직하고 완강한 발소리가 청년의 고독한 정적을 깨뜨렸다. 시계의 추처럼 정확한 간격으로 대지를 딛는 그 발소리의 주인을, 민우는 보지 않고도 직감할 수 있었다. 청년은 황급히 소매로 눈가를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으나, 오진성(吳眞聲)은 대답 대신 청년의 곁에 묵묵히 허리를 굽혀 쪼그려 앉았다. 삼십 년 동안 수천 도의 열기 앞에서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여온 장인의 익숙한 부동(不動)의 자세였다.
진성의 투박한 손에는 공장 구석의 낡은 자판기에서 뽑아온, 김이 포슬포슬 피어오르는 종이컵 두 개가 들려 있었다. 진성은 말없이 그중 하나를 민우의 앞에 슬며시 내밀었다. 조잡한 종이컵 표면 위로 달콤하고 매캐한 믹스커피의 향이 가을의 서늘한 공기를 가르며 번져나갔다.
"달달할 게야. 일단 거친 목구멍을 이 따뜻한 액체로 좀 축이게."
진성의 목소리는 조금 전 공장 안을 천둥처럼 울렸던 그 매서운 불호령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다시 아랫배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올려진 평소의 낮고 무거운 호흡으로 돌아와 있었다. 민우는 거친 가죽장갑을 벗어 바닥에 내려놓고, 보이지 않는 긴장으로 여전히 떨리는 두 손으로 종이컵을 조심스럽게 받아 쥐었다. 뜨겁고 단 액체가 거친 쇳가루로 칼칼해진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심장 주위를 단단하게 에워싸고 있던 지독한 공포와 조급함이 겨우 미지근하게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진성은 종이컵을 든 채, 붉은 녹이 가득한 폐철 더머 너머의 먼 가을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의 깊게 패인 눈골과 굳은살이 박힌 이마 위로 가을의 메마른 햇살이 얹혔다.
"아까는 내가 소리가 좀 컸다. 마음에 두지 말아라."
"아닙니다, 반장님…… 제가 워낙 서툴고 요령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철판을 망쳐놓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민우는 차마 장인의 깊은 눈빛을 마주 보지 못하고, 종이컵 속의 거뭇하고 달콤한 소용돌이만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진성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시선은 공장의 높은 굴뚝 너머, 대지의 경계를 이루는 푸른 능선에 가닿아 있는 듯했다.
"화구(火口)라는 것은 말이다, 단순히 수천 도의 가스 불꽃을 뿜어내어 무거운 철판을 잘라내는 황동 빛 주둥이가 아니네. 그것은 내 안의 뜨거운 숨을 밖으로 인도하고, 물질과 연대하게 만드는 가장 정직한 도화선[導火]이지. 내 마음속에 남들보다 빨리 잘라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서려 있으면 불꽃은 사나워져서 철을 짓씹어버리고, 내가 이 거대한 물질이 두려워 마음을 비겁하게 움츠리면 불꽃은 철판의 심장을 채 뚫지도 못하고 허공으로 도망쳐 버려. 아까 자네의 화구가 역화(逆火)를 일으키며 비명을 지르고 쇳물을 거꾸로 뿜어낸 건, 자네의 손끝이 나약해서가 아니라 자네의 마음이 먼저 철의 완강함 앞에 흔들렸기 때문일세."
진성은 주머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하얀 담배 연기가 가을바람의 결을 따라 푸른 솔바람처럼 공중으로 가늘게 흩어졌다.
"이 자욱한 쇳가루 구덩이에 들어오는 인부 백 명 중 아흔아홉 명은 첫 달의 보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보따리를 싸네. 눈을 멀게 할 것 같은 푸른 불꽃과 귀를 찢는 기계들의 포효, 그리고 방심하는 순간 내 살점을 삼켜버릴 듯 덤벼드는 저 초열의 현장 앞에서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나약하고 보잘것없는지를 뼈저리게 깨닫기 때문이지. 다들 요령을 찾고, 더 빠른 지름길을 찾아 헤매다 결국 철판 위에 지울 수 없는 뒤틀린 상처만을 남긴 채 떠나가 버려. 하지만 민우야, 진정한 장인이란 저 거대한 기계를 힘으로 이겨내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의 광란적인 소음 속에서 자기 내면의 가장 깊고 푸른 고요함을 지켜낼 줄 아는 사람일세."
진성은 담배를 태우던 오른손을 뻗어 민우의 경직된 어깨를 가만히 짚었다. 노송의 거친 껍질처럼 단단하고 두꺼운 손바닥을 통해 전달되는 묵직하고 바위 같은 무게감이 청년의 영혼을 흔들던 미세한 떨림을 서서히 가라앉혔다.
"철을 다루는 법은, 결국 이 척박한 세상을 견디고 살아내는 법과 본질적으로 같아. 세상이 아무리 자네의 가난과 서툼을 흔들어대고, 주변의 빠른 속도가 자네의 등을 떠밀며 조급하게 만들지라도, 자네는 오직 자네의 정반 위에 그어놓은 그 단정하고 바른 직선 하나만을 온 영혼으로 응시해야 하네. 남의 걸음걸이에 눈을 돌리고 속도를 흉내 내는 순간, 불꽃은 어김없이 궤도를 벗어나 자네의 가장 소중한 살점을 겨누게 되는 법이니까. 물질은 인간의 거짓말을 기억하고, 세상은 정직한 땀방울만을 끝내 남겨두는 법이지."
민우는 식어가는 종이컵을 쥔 채 진성의 말을 가슴 가장 깊은 곳에 한 자 한 자 먹줄을 튕기듯 새겨 넣었다. 청년에게 그것은 단순한 공장의 작업 기술이나 토치를 쥐는 요령의 전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차갑고 완강한 세상이라는 거대한 철판 앞에서,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뒤틀리거나 휘어지지 않고 자신만의 바른 직선을 그리며 걸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의 도화(導火), 즉 스스로의 내면에 불꽃을 당기는 법에 대한 위대한 계시였다. 진성의 손에 박힌 그 황갈색의 두꺼운 굳은살은, 수많은 불협과 방황의 세월을 온몸으로 통과해 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거룩한 삶의 성벽(城壁)이었음을 청년은 비로소 깨달았다.
"자, 커피도 다 비웠고 담배도 다 태웠으니 이제 그만 들어가세. 철판이 너무 오래 식어 있으면, 다시 길을 내어줄 때 더 많은 불꽃과 통증을 요구하는 법이니까."
진성은 자리에서 툭툭 털고 일어나 뒤집혀 먼지가 앉아 있던 민우의 노란 안전모를 털어 청년의 머리 위에 묵직하게 얹어주었다. 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안전모의 턱끈을 단단히 조여 매었다. 아직 토치를 쥐었던 손목에는 뻐근한 통증이 남아 있었고 공장 안의 거대한 포효는 여전했지만, 청년의 가슴속 깊은 곳에는 아침의 그 유약한 방황과 눈물 대신,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한 그루의 작은 소나무처럼, 묵직하고 푸른 삶의 불씨 하나가 고요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두 노동자의 장화 굽이 만드는 발소리가 다시금 공장 안의 자욱한 쇳가루 속으로 겹쳐 들었다. 어두운 함석문 너머로, 삼십 년을 버텨온 장인의 정직한 직선과 이제 막 그 직선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젊은 신공(新工)의 푸른 불꽃이 가을의 붉은 서슬 속에서 다시금 찬란한 불꽃비[火雨]를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질의 냉혹함을 이겨내는 인간의 호흡이, 마침내 거대한 정반 위에서 아름다운 조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