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한낮의 햇살이 정수리를 지그시 누르기 시작하면, 마음은 이미 도시의 소음을 벗어나 울창한 숲의 품으로 달려간다. 굽이진 산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공기의 밀도가 바뀐다. 끈적하던 도심의 열기는 사라지고, 코끝을 스치는 서늘하고 맑은 수분이 여름이 당도했음을 직감하게 한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물소리는 이제 완연한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경쾌한 전령이다. 푸른 이끼를 머금은 바위 사이를 거침없이 흐르는 물줄기는, 마치 잠들어 있던 대지의 혈맥이 깨어난 듯 생동감이 넘친다. 계곡에 발을 담그면 발목을 타고 올라오는 서늘함에 정신이 번쩍 든다. 이 시원한 감각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기다려온 여름의 첫 번째 선물이다.
계곡물은 바위에 부딪히면 가차 없이 부서진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산산조각이 나지만, 그 파편들은 다시 모여 낮은 곳을 향해 유유히 흘러간다. 부서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그리고 다시 합쳐져 나아가는 유연함.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삶의 무게를 견디며 배워야 할 덕목이다.
이제 계곡의 짙은 녹음은 여름의 한복판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맑은 물소리에 마음을 헹구며, 나는 내 삶의 무대 위에도 이토록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기를 소망한다. 흙을 뚫고 올라온 새싹의 의지, 세월을 이겨낸 옛 탑의 고요한 품격, 그리고 부서지면서도 끝내 나아가는 물결의 생명력이 오늘 나의 산바카라길을 가득 채운다.
단단해진 땅 위로 내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는다. 이 발자국은 내가 오늘을 성실히 살아냈다는 기록이자, 머지않아 더 푸르러질 세상을 향한 희망의 약속이다. 계곡의 물소리는 이제 나를 환영하는 거대한 찬가가 되어 숲 전체를 울린다.
머리 위의 흙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무게를 동력 삼아 솟아오르는 모든 생명에게 경의를 표한다. 여름의 문턱에서 만난 이 청량한 풍경은, 삶이 아무리 단단하게 우리를 가둘지라도 그 틈을 뚫고 솟아날 '부드러운 힘'이 우리 안에 있음을 나직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나는 다시 숨을 크게 들이켜 본다. 숲의 향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고, 비로소 진정한 여름이 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