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터널을 지나 비로소 눈부신 햇살이 내리쬐는 평온한 마당에 선 기분이다.
오랫동안 나는 타인의 기대라는 거대한 그물망에 갇혀, 혹은 가족과 세상이 요구하는 모범적인 역할의 테두리 안에서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도록 달리고 또 달렸다. 내 이름 석 자보다는 누군가의 아내로, 엄마로, 병원의 간호조무사로 불리는 것이 더 익숙했고, 내면에서 터져 나오던 진짜 목소리는 꾹꾹 틀어막은 채 살아왔다. 남들의 시선에 잰걸음을 맞추느라, 정작 내 영혼이 어디쯤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 채 거친 채찍질만을 일삼던 날들이었다.
하지만 삶의 모진 비바람을 온몸으로 겪어내고, 내면의 깊은 곳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회복의 여정을 지나며 비로소 깨달았다. 세상의 잣대에 나를 꿰맞추는 일은 더 이상 나를 위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아침마다 내 몸을 위해 정성껏 갈아 마시는 한 잔의 주스처럼, 거친 세종중앙공원의 흙길을 맨발로 디디며 대지와 온전히 호흡하는 순간처럼, 때로는 단호하게 "아니요"를 외치며 내 마음의 성벽을 든든하게 지켜내는 그 용기처럼.
내 삶의 주도권을 오롯이 내 두 손으로 거두어 와, 나만의 결대로 한 땀 한 땀 엮어가는 것만이 진정으로 나를 구원하는 길임을 알게 되었다.
지나온 날들의 수많은 상처와 아픔들은 이제 부끄러운 흉터가 아니라, 내면을 가장 단단하게 지탱해 주는 찬란한 나이테가 되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도 없으며, 혼자여서 외롭지 않고 함께여서 자유로운 이 고요한 홀로서기의 기쁨. 그 단순하고도 강력한 진실을 품은 채, 나는 이제 비로소 '진짜 나'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오랜 세월 묵묵히 버텨준 내 영혼을 향해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그동안 참 애썼어. 흔들리고 아프면서도 기꺼이 여기까지 걸어와 주어 정말 고마워."
타인의 그늘을 벗어나 온전히 나라는 우주의 주인으로 서게 된 지금, 내 앞에는 그 어느 때보다 따스하고 광활한 날들이 펼쳐져 있다. 앞으로 마주할 인생의 모든 계절 속에서, 나는 더 이상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비록 서툴고 여릴지라도 오직 내 목소리로 노래하며, 나를 사랑하는 일에 가장 충실한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나로 살아갈 앞으로의 모든 눈부신 날들에게, 온 마음을 다해 가장 깊고 다정한 찬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