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었다

헛노질을 하는 사공

by지인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일어났다

지금은 아직 동이 트지도 않은 새벽

깜깜하다.


어제저녁 지난주와 같이 교육청 주관 학부모 강의를 들으러 갔다. 강의는 너무 재밌고 유익했다.

근데 교수님과의 애잔한 감정이 흐른다.


지난 수업 후 느낌과 지금의 공부 상황 등등 문자 드리고,

오전 조금은 이르다는 생각의 시간에 전화를 주셨다.


"왜 물어보지 않으셨어요. 다른 분들은 다 이용하고 하는데."


"교수님 바쁘시잖아요. 죄송해요. 그냥 이렇게 해도 괜찮아요."


"아 , 아쉬어서 그래요."


강의 중 사이버대 소개와 그 학과에서 졸업과 동시에 갖추는 자격증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꼭 연락 주세요. 도움드릴게요.


교수님의 순수한 마음, 제자를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인 길로도 안내하고 싶은 조금 편한 길을 가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었다.


작년에 2년 전 편입 후 한 학기하고 등록을 안 해서 재적된

곳에 다시 재입학을 넣어볼 수 있어서 고민했다.

그때 교수님이 계신 대학에 원서를 넣으라 말씀해 주셨다.

그럼 다시 한 학기를 듣게 된다.


고민하는 내게 지인이 말한다


"한 학기 한 거 아쉬운데 재입학해요. 그거 알고도 다시 다른 곳으로 편입해서 한 학기를 다시 들어야 하는 걸 제안하는 건 교수님이 좀 그런데, 본인이 학생 유치하면 뭐 인센티브 개념이라도 있는 거 아니에요?"


"아, 그래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난 그 대학에 편입학 원서를 넣고 기다렸다.

결과는 불합격.

다시 기존 대학에 재입학 신청은 합격.


뭐 더 고민할 게 없었다. 재입학을 하고 학사만 따면 되지 뭐.

다른 건 내가 알아서 준비하면 돼.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던 중 이제 이번 기말고사 후 한 학기 남았다. 대학원을 진학하고 싶다. 근데 자신이 없다.


무모하게 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뭐로 가려고요?'


교수님의 물음에, 아차!

대학원에서 원하는 필수 전공과목 이수라는 것을 놓쳤구나 싶다. 3학년에 들어가며 1, 2학년의 필수과목 이수가 없었다.

과목 수강 신청 시 3학년으로 개설된 강좌만 수강신청을 했다. 그러면서도 1, 2 학년을 다 거친 사람들보다 훨씬 뒤처지겠다 생각이 들어서 한 편으로 불안했다.

그게 교수님 질문으로 더 선명하게 드러나니, 내가 한 모든 선택들이 잘못된 것 같아서 자바카라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작정 지르고 덤비는 나의 상태에

용기는 실천력이라기보다 그저 무능한 자의 헛수고로.

노를 젓는데 계속 헛 노질로 배는 그대로 있고 사공만 힘이 드는 것 같은 상황이다. 그 배는 길도 잃고 이제 노를 저을 이유도 모르겠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한마디 말에도 나는 이렇게 큰 파도처럼 일렁임이 크다.

거의 쓰나미처럼 온몸을 다 쓸어간다.

요즘 식욕을 잃고, 속이 아프고 계속 설사에,

어제는 어지럼증으로 눈앞이 캄캄해지기도 했다.


어제의 난 전날 점심 이후 다음 날 오후 4시까지 거의 금식 상태였다. 내게 세 끼니를 챙기는 것은 생명을 지키는 끝자락의 숨 같은데, 난 그것을 또 놓치고 있다. 자주


평일 가족들이 출근과 등교를 하면 혼자 오후 4시까지

거의 단식 상태일 때가 많다. 저녁 식구들이 오면 그제야 먹는다. 그것도 안 먹으면 걱정하니,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서 먹는 거다.

그렇게 난 내게 아무것도 입에 넣어주지 않는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


정신과약 복용도 어제는 혈압약과 함께 모두 하지 않았다.

자꾸 속이 아파서 3개월 넘게 병원 약의 노예처럼 꾸역꾸역 먹는 내가 순간 한심해서, 놓아버렸다.


오후 어지럼이 오고 먼저 혈압 걱정에 체크하고 정상 범주여서 안심하고 그 후 정신과 약을 갑자기 끊어 생긴 증상인가 싶었다.


교수님이 이런 나를 보시면 걱정스러운 마음에 간곡하게 부탁할실거다


"먹어요, 약도 먹고 밥도 먹고."


급기야 수면에도 이상이 왔다.

4~5시에 눈이 떠진다. 수면 시간이 3~4시간.

낮은 눈은 뜨고 있지만 머릿속이 교통 정체가 온 듯 막힌 느낌이랄까? 불안이 또 심해진다.

혼자 있는 낮 시간이 밤처럼 힘들다.


이런 모든 생각들이 멈추면 좋겠는데 계속 이어진다

생각의 지배. 아니 그 세상에 난 없다. 슬프다.

그냥 창 밖을 보다 눈물이 난다


오늘은 병원에 가서 이야기하고 약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밥도 먹고, 잠도 잘 자고, 배 안 아프고 똥도 잘 누고.

이런 것들이 잘 되어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텐데.

난 왜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까?


미로에 갇힌 나, 깜깜한 암흑에 혼자 던져져 춥고 무섭다.

발이 너무 시리다. 얼음장 같은 발을 매만지며 눈물이 흐른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머릿속 사고의 고장이 신체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 같다.


순간 말도 안 되는 생각들에 휘감고 있는 나를 내가 보고 있다.


"멈춰. 생각을 멈추고 좀 쉬어."


"못해. 멈출 수가 없어. 지워지지도 않아. 계속 리플레이되어

미칠 것 같아. 난 망각이란 신의 선물이 없나 봐."


과거에 일, 미래의 불안, 현재에 불만족.

이 글을 한 시간째 쓰고 있다.


그만 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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