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결코 모를 아이스크림의 시원한 맛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곯아버린 배가 나에게 건넨 말

by지인

지난 설에 크고 깨끗한 흠집하나 없이 너무도 탐스럽고 예쁜 배가 선물로 들어왔다. 냉장고에 넣을 수 없어

베란다에 두었다. 시기적으로 겨울의 낮은 온도는 냉장고의 찬 기온과 얼추 맞다. 시간이 흐르고 두어 개 꺼내먹고 오늘 아침 하나 꺼내 썰어보니 겉은 멀쩡한데 속이 곯아버렸다. 다 썩었나 싶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상자를 가져와 외관을 살피고 얼른 냉장고에 비닐로 싸서 넣어 두었다. 하나 더 깎아보니 괜찮다. 휴~~

안심이 되었다. 다행이다.



그러고 생각해 보니 우리네 삶과 사람도 같은 것 같다는 것에 멈추었다. 그 생각을 따라가며 그려보니,


난 항상 말이 없고 조용했다.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차분하게 대처하며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에게 내린 평가는 내성적이다, 조용하다, 말이 없다, 편안하다, 태평해 보인다 였다. 겉에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일차적으로 평가한다. 속은 정말 겉과 같을까?



'겉이 조용하다고 속까지 조용한 것은 아니다.'


지난 일들을 겪으며 나에게 하는 말이다.

숱한 인생의 숙제를 풀고 고비를 넘기고 누군가는 그게 뭐 특별한 일도 아닌데라고 좁쌀만 하게 취급해 버리지만

나에게 그 좁쌀이 손톱에 가시가 박혀있는 듯 계속 아프다.

표현하지도 않고 그냥 꾹꾹 누르고 산다.

여기저기 상대의 화가 불에 덴 듯 마음 속에 화상 자국으로, 송곳 같은 말이 칼로 베인 듯 마음에 상처로 피딱지가 되어 앉아도 난 그저 꾹 참고 그 시간이 지나기를 바랐다.

그리고 회피하고 괜찮다고 나 자신을 다독였다.

머릿속은 실이 엉킨 듯 어디부터 풀지 몰라 그냥 두었다.

그 엉킨 실타래들이 마음 구석구석에 가득 차고 목을 꽉 막을 동안 나는 내 탓이야, 내 잘못이야, 나만 참으면 돼라고 하며 그저 속이 곯아버린 배처럼 살아냈다.


머릿속에는 엉킨 실타래만 있을까?


꿈을 꾼다. 현실과 다른 나를 계속 꿈꾼다.

하고 싶은 일이 수십 개다. 그냥 머릿속에서만 하는 일이다.

그저 현실을 살아야 하기에,


그 꿈 중 하나가 작가였다.


'작가는 시장 한 복판에 발가벗겨진 상태다.'


그렇다. 글은 솔직하다. 그게 시작이다.

요즘 AI가 대신 써준 멋진 글들이 많다. 시간의 효율성을 따지면 조건을 잘 맞추어주면 그 조건들을 조합해 멋진 글을 몇 초안에 작성한다는 AI가 좋을지 모르겠다. 글을 읽는 독자는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감명을 받는다. 그게 옳은 걸까?


"AI는 한 여름 뜨거운 열기가 들끓는 한낮에 시원한 아이스크림의 맛을 몰라요."


유퀴즈에 나온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차, 순간 아득한 느낌이 들고 머릿속에 정적이 흘렀다.


느낌을 경험하는 인간의 뇌를 AI는 흉내 낼 수 없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면 속이 곯아 아픈 나도,

벌거벗겨진 상태의 글을 쓰는 나도 , 머릿속에서 수만 가지의 일을 하는 나도 모두 나다.


그리고 그것들을 실타래를 풀어내듯 조금씩 행동으로,

글로, 말로 하나씩 천천히 해보는 거다.


그리고 상대를 볼 때 겉으로의 평가를 하고 섣부르게 충고나 조언을 하는 것은 참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설프게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어요.'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고 그도 나와 다르지 않음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지지와 응원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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