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게 말하면 슬롯적 민감성,
나쁘게 말하면 노예근성이다.
다른 이의 말 한마디에 휘몰아치는 내 마음을 붙들어 메고 싶어 온갖 궁리를 다 해보았다.
기본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비합리적 신념은 좋은 사람, 성숙한 사람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괜찮을 사람일 수가 없으니
여기저기서 뚝딱거리는 것은 마땅한데
어떤 부분에서는 괜찮은 사람인 척할 수 있다만
다른 부분에서는 결코 같은 분위기를 풍길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점점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부당한 것,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며
이런 견딤이 나를 성숙하게 하고
그것이 좀 더 괜찮은 나로 가는 작은 노력이라고 믿었다.
물론 치기 어리던 시절보다야 조금은 다듬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 자신의 위선을 견딜 수 없다.
내 마음속에 이는 감정과 내가 마땅히 가져야 할 감정이 충돌할 때
나는 나를 택하지 않았다.
되어야 하는 나를 택했다.
그러려면 가면을 써야 한다.
그 가면 위에 또 다른 가면을 덧씌우다 보면
저 밑바닥 깊숙한 나를 다시 끄집어내기가 어렵다.
나에게 인색한 상대방을 원망하고 있다면,
오랜 관계가 비틀어져있다면
짚어볼 필요가 있다.
내 태도로부터 상대의 학습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의 인색함을 당연시하게 받아들였던 나에게 바카라임이 있다.
왜 인색하게 구냐고 따져 묻지 못한 나의 힘없음을 한탄하는 편이 낫다.
성숙한 사람인 척하지 않고 미친 돌아이처럼 포악을 떨었다면 계속 그런 취급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타인이 던지는 한 마디가 무에 그리 중할까?
남이 나를 칭찬하는 것은 나에 대한 기대가 낮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일 것이다....라고 낮은 기준을 설정한 것이니 칭찬을 들었다고 그리 신이 날 것도 없다.
반대로
칭찬받지 못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나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는 걸 뜻할 수도 있다.
칭찬이든 비난이든 나에게 말을 던지는 사람이 그렇게 중요한 사람인가?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나 자신이 무너져 내릴 만큼 대단한 사람인가?
그런 사람은 없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버려야겠다.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버려야겠다.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늘도 나에게 외쳐본다.
"너 뭐 부족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