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보는 아이

by젼샘

신호대기하며 정차 중이었다.

횡단보도 앞에 한 여학생이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근길에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곤 하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그 학생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 학생의 시선이 하늘을 향해있었기 때문이다.

휴대폰을 보거나, 터덜터덜 바닥을 보며

오늘 하루 그 어떤 기대도 없는 양 걸어가는 모습이 아니었다.

줄 달린 이어폰을 꽂고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하나로 묶은 꽁지머리가 단정해 보였지만 멋 내기 염색을 한 것 같았다.

머리 색과 손목에 있는 애플워치를 보니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에 관심 있어 보였다.

꽉 묵인 운동화 끈이 무엇이든 해내겠다는 단단함으로 보였다.

그리고 운동화 위로 타이트하게 종아리를 감싸는 흰 양말의 기세도 좋았다.

다른 학생들보다 이른 아침 등교하는 것을 보니 방송반 학생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자신을 돌보는 손길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차 안에 있지만 그녀에게 어떤 향기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신호가 바뀌고 그녀는 횡단보도를 가로질렀다.

가방을 멘 뒷모습을 보니 주렁주렁 인형들이 매달려있었다.

저 인형에는 어떤 스토리가 있을까?

징글징글 중간고사 끝나고 찐친들과 상업지구 나가서 마라탕 먹고 요아정 먹은 다음 마지막 코스로 신중하게 간 인형 뽑기 방에서 뽑았을까?

주말마다 천 원씩 적금하듯 인형 뽑기 하러 갈 때마다 허탕 치다 한 달 만에 뽑아 올린 소오중한 인형일까?

아님 썸 타는 남학생이 고백하듯 건넨 인형일까?

나도 모르게 그 학생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녀의 하루를 간절히 응원했다.

등교하는 둘째 아들을 떠올리며

내 아들에게 보내는 응원을 그녀에게 보내고 있었다.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의 기백이라 하면 좀 과할 수도 있겠다만 그녀는 오늘 하루를 위해

외모 Check!,

마인드 Check! 이 끝나보였다.

자연스럽게 내비게이션 속 지도를 보며

근처에 어떤 학교가 있는지 살펴보았다.

음.... 여고생이었구나....

고등학교가 바로 옆에 있었다.

내가 교실에서 만나는 누군가는 졸음에 취해있고 어떤 아이는 생끗 웃는 얼굴로 나를 맞아준다.

그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등교했을지 상상해 본다.

내가 지금 만난 횡단보도 여학생처럼

자신의 하루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교실에 앉아 나를 맞아줄 거라 생각하니

소중하기 그지없다.

더 정성껏 눈 맞추고,

이름 불러주고,

오늘 7교시 중 1시간인 영어 시간이

그 아이의 기백을 꺽지 않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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