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활성화기법

세렌디티피

by젼샘

뜻밖의 행운을 만난다면

온 우주가 나를 응원하고 있다며 기뻐할 것이다.

느닷없이 나에게 찾아오는 행운이 반가운 이유는 그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일어나게 만들면 될 일 아닌가?

좋았어!

갑자기 로또에 당첨되거나 주식이 대박나는 일은 남의 집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내 삶의 영역에서 내가 결정할 수 있는 행운을 만드는 것이 현실감있다.

그래서 방학 동안 집콕하고 있는 나를 위한 행동활성화기법을 적용해보았다.

방학이 되기전에 우연히 릴스에서 소문난 만두 맛집을 보았다. 우리집에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신동엽도 다녀갔다고 하고 수요미식회에서도 다녀갔다고 하니 솔깃하다.

모락모락 찜에서 쪄나온 만두피의 촉촉함, 그 안에 추릅 베어나오는 육즙의 쥬이시함이 좋다.

높은 곳에서 근사하게 스테이크에 와인을 곁들인 파인 다이닝 나도 즐기고 싶다.

적절한 순간에 딱 들어맞는 누군가와 즐기겠노라 미루고 미루다보니 그런 순간이 올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만두는 오며가며 보이고, 냉동식품의 혁명인 비비고 만두가 언제나 나와 함께한다.

그래서, 캡처해두었던 그 곳에 갔다. 가기 전에는 고기만두, 김치만두, 만두국 다 시켜서 먹고 남으면 싸와야지 했지만 비루한 내 위는 만두 한 판이면 족했다.

어쨌든 벼르고 벼르던 미션 클리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과 가까운 거리에 별 5개를 주고 굳이 굳이 그렇게 찾아가서 내가 좋아하는 뭔가를 먹은 나를 칭찬하고 싶다.

낑낑대며 장 봐서 가족들 먹거리 쟁여놓고 나면 정작 먹을게 없다. 그럼 또 지지고 볶고 끓이다 보면 맥이 풀려 나는 그냥 굴러다니는 것들을 우겨넣고 만다.

그래서 온전히 나를 위해 만두를 먹으러 간 나를 칭찬하고 싶다.


다음 기쁨 찾기는 뜨개 카페가기!

코로나 시절에 감금되어 있을 때 수세미를 도대체 몇 개를 떴는지 모른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준 수세미로 여러 집 그릇 깨끗해 졌을 것이다. ㅎㅎㅎ

컵 받침도 떠 보고, 어부바 숄더도 떠보고, 목도리도 떠보고.... 일정한 손놀림과 속도로 한 코 한 코 떠내려가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평온함이 찾아온다. 명상의 효과가 느껴지기도 한다.

옆 자리 선생님이 그런 나를 보며....."젼샘. 00부인은 왜 수를 놓는가"라는 영화가 있어. 젼샘도 사는게 그렇게 팍팍해?라며 농담을 건넨 적이 있다.

뜨끔! 몸을 움직일만하면 계속 몸을 움직여서 머릿속 생각들을 날려보지만 꼼짝없이 갖혀있을 때는 뜨개만한 것이 없다.

목적없이 무작정 떠내려가다 풀어버린 적도 있다. 이 마저도 엘보우 통증, 관절 통증으로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슬프다.

"뭘 하면 끝장을 보는 편이시군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뜨금!

딸기 모양 코스터를 떠본 후 맘에 들 때까지 떠보니 50개는 족히 뜬 것 같았다.

딸기를 떴는데 당근은 왜 못떠? 이 모양 저 모양 내 맘대로 응용하며 뜨다보면.....에구구 허리야 어깨야 소리가 절로 나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이른다.

그래서 꼭 필요한 순간에 힐링하기 위해 뜨개를 꾹 참는다.

그러다 우연히 또 릴스!에서 뜨개인의 성지 성수동 뜨개 카페 쎄비하우스를 발견하고 캡처!

자! 성수동까지 웬말이냐... 하지만 1박2일 호캉스 대신이라고 생각하니 움직여졌다.

가는 길 차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단짝 친구와 함께하니 왕복 움직이는 시간이 무료하지 않았다. 차 안에서 밀린 토크를 업데이트하고 쎄비하우스에 도착했을 때는 대화없이 잠시 뜨개를 했다.

호텔 라운지처럼 차분한 분위기에 성수동 답지 않은 가격의 커피 한잔을 시키고 실만 사면 뜨개를 할 수 있도록 모든 부자재를 대여해주었다.

알록달록 내가 가지고있는 실 꾸러미를 들고 가서였을까?

흠...이 곳은 공공시설인가? 싶을 정도로 비용 부담이 없는 곳이었다.

1시간 남짓 입을 닫고 뜨개를 하고 났는데 낮잠을 자고 일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긴 거리를 운전하고 복닥거리는 거리를 헤집고 다닌 피로가 스르르 풀리며 기운이 차 오르는 듯 했다.

아....나에겐 이게 힐링이구나....


이렇게 내가 만들어낸 세렌디티피는 끝이 나고 개학이 찾아왔다.

아....

수면장애가 뭐에요?

역시 고단함에 장사없다.

1년 같은 일주일이 지나고 부어오른 잇몸에 양치질이 쉽지 않은 일상이 찾아왔다.

그런 일상! Welcome!

와라~~~~~

그래~~~~

해보자~~~~

두 손 허리춤에 짚고 입꼬리 살짝 올리면 못 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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