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켰다...

by젼샘

엄마는 왜 살아?

엄마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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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똑같은 재수생 아들이 늦은 밤 하루를 마치며 쉬는 틈에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잠시 머뭇거리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어제보다 성장한 내가 되려고...?"


아리스토텔레스처럼 거창하고 모호하게 행복이라고 말하는 것도 와닿지 않고 그렇다고 강남에 아파트 한 채 갖기는 더더욱 아니다.


큰 아들은 어린 아이일 때부터 나와 대화가 잘 통하던 아이다. 직관적이고 심플한 사고로 극 F인 엄마의 머릿속, 마음속 실타래를 풀어헤져 명료하게 해주기도 한다. 자신의 생각에 늘 근거가 있어 하는 먈을 듣고 있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이 많아 이 아이와의 대화는 늘 즐겁다.

그런데 오늘의 질문은 너무 우주적이어서 나를 멍하게 했다.


내가 요즘 매일이 똑같아서 사는게 재미가 없잖아.

근데 엄마를 생각하니 엄마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엄마가 친구를 만나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 매일 집에만 있잖아.

아빠랑은 말도 한 마디 안하고

동생은 와서 "밥 줘" 한마디하고 제 방으로 올라가 버리니까

엄마가 너무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내가 기숙사라도 가게 되면 엄마는 어떻하지?

봄에는 내가 엄마랑 많이 놀러다녔는데 요즘은 공부만하니까 엄마가 너무 심심할 것 같아.

엄마는 무의미한 하루를 어떻게 극복해?


음.....

아.....

그게.....

지난 주에 꽃을 한아름 만지고 꽂아보니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어. 그리고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살피고 돌보기도 해. 온라인카지노에 발행한 글보다 발행하지 않은 글이 훨씬 많거든.


다행이야. 엄마는 자기를 기쁘게 하는 방법을 알고있어서.


응, 그래....


대화가 얼추 마무리 되고 나는 가쁜 숨을 한번에 몰아쉬었다.

나는 정곡을 찔렸다.

내 마음속 스펀지에는 슬픔이 가득하다.

스펀지 작은 구멍 하나하나까지 슬픔이 가득 차 묵직하다.

스펀지의 표면은 보송보송해서 아무도 그 밑에 깔린 슬픔의 무게와 밀도를 알수 없다.

그런데 우연히라도 손끝이 스치면 아무리 살짝 스쳐도 그만큼의 슬픔이 쭈욱 표면위로 올라와서 여지없이 슬픔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들키고 만다.

하루에 적어도 한 두 번 눈부신 햇살아래서 짙푸른 나무 그늘아래서 무언가가 내 스펀지를 꾸욱 누른다.

눈물을 끌어모을 필요가 없다. 기다렸다는 듯이 슬픔이 삐져나와서 금새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의 위선을 견딜 수 없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것들을 떠들어대는 나의 모순이 추하기 그지없다.

투닥거리고 싸우는 아이들을 붙잡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니가 더 넓은 마음으로 포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등등 나는 내 삶 속에서 조금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선생질을 한다. 그렇게 직업인 젼샘으로의 하루를 마치고 나면, 쭈글이 멍충이 나로 돌아온다.

겉과 속이 다른 나로 돌아온다.

시기와 질투로 가득한 나로 돌아온다.

날 상처 준 모든이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찬다.

그렇게 가면을 벗고 진짜 나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샤워 후 모닝 라테를 마시고 나면 나는 천연덕스럽게 다시 직업인 젼샘이 된다.

또 다시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옳음을 가르치고 세상에서 가장 너그럽고 다정한 선생님인척 모든 사랑을 흩뿌린다.

내 마음이 얼마나 가난한지 들키지 않도록 텅 빈 가슴속에 사랑이 그득한 양 연기를 한다.

내 텅 빈 가슴을 아들에게 틀긴 것 같아 당황스럽고 내 자신이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자기 앞가림하기도 벅찬 꽃다운 아들에게 나는 짐이 되고 있었다.

나를 걱정하는 아들에게 엄마는 아무렇지 않으니 걱정말라는 말도 못했다.

들켜버린 내 스펀지를 아들이 꾹 누르기라도 할까봐 얼른 도망쳤다.

낮이 조금씩 짧아질 수록 줄어드는 일조량 탓에 멜랑꼴리해지는 척 할 수 있는 계절이 왔다,

짙푸른 싱그러움 속에서도 한결같았던 묵직한 스펀지가 여전히 마음을 짓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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