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a shower
예술가에게 샤워가 흥미로운 이유는
분명하다 by 데이비드 호크니
샤워하는 사람의 몸 전체가 항상 드러나 있고 움직이고 있으며, 목욕하는 이는 자신의 온몸을 쓰다듬고 있기 때문이다.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기분과 컨디션일 때
나는 목욕을 한다.
온몸을 구석구석 닦아내는 것으로도 가벼운 마사지 효과가 있다고 한다. 따뜻한 물로 근육의 긴장을 풀고 향긋함을 더해 기분을 좋아지게 하니 아로마테라피가 된다.
나름 나를 위한 처방이기 때문에
그런 순간을 위해 내 기준에서 고가의 입욕제품을 아껴두었다가 쓰곤 한다.
그래봤자 특별한 날 지인들이 선물로 보내준 것들이다.
전에는 소소하게 선물 받은 입욕제품을 뜯지도 않고 다른 누군가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내겐 생필품이 아니니 마음 전할 일이 있을 때 다른 이를 위해 마음을 담아 보내는 것이 기뻤다.
그런데 언젠가부터는 다른 이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보다 나를 기쁘게 하는 것에 더 정성을 쏟고 싶어졌다.
그래서 과감하게 나를 위해 바디워시나 헤어제품을 쓰게 되었다.
목욕을 하면 단순히 몸만 깨끗해지는 기분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은 것처럼 마음까지 느슨해진다.
누군가의 따뜻한 포옹은 몸과 마음을 사르르 녹여준다.
그런데 그런 일이 좀처럼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다 큰 아이들이 나와 포옹할리 만무하다.
내가 나를 쓰다듬고 어루만져주며 돌보는 것도 비슷한 정서적 효과를 준다고 한다.
그래서 나를 정성스럽게 돌보고
괜찮냐고 물어봐주며
잘했다고 격려하고
그만하면 됐다고 위로도 할 수 있다.
여유를 한 껏 즐기려고 마실 것도 준비하고
내킬 때는 넷플릭스도 켜놓는다.
천국의 여유를 즐기기위해서는
먼저 지옥의 클리닝 타임을 끝내야 한다.
모양과 재질이 다른 솔에 세제를 묻혀 바닥이며 벽을 박박 문지른다.
따뜻한 물로 타일 틈새 물 때를 닦아낼 때
제발 잘 닦이지 않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런데 뜻밖에 잘도 불어난 물 때는
솔이 닿는 족족 눈에 띄게 깨끗해진다.
멈출 수 없어 전완근을 써 제끼고 나면
나의 목욕 시간은 힐링보다는
치유에 가까운 시간이 되기도 한다.
어찌 됐든 목욕할 때는 몸이 쉰다.
휴일에 오르락내리락 욕실 존, 세탁 존, 주방 존, 마당 존을 휘젓고 다니면서 동선대로 닥치는 대로 집안일을 하다 보면 멘붕이 온다.
그래서 체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듯하면
얼른 욕실 존으로 향한다.
목욕 후 나른한 오후의 낮잠은
쉼 없이 달려온 평일에 대한 나의 보상이다.
그리고 교통사고 이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다리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누가 말리지 않으면 하루 종일 왔다 갔다하며 뭘 한다.
나 혼자 집에 있으니 말려줄 사람도 없다.
손가락 마디마디 관절이 부풀어 오른 뒤에야
나는 나를 말린다.
내 마음은 마당의 잡초를 뽑고
포도넝쿨 지지대를 세우고 있지만
현실은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있다.
목욕이라는 마침표를 찍었기 때문에
다시 마당존으로 향해서는 안된다.
상큼하고 은은한 시트러스 향을 입혀 놓고
김치통을 집어 들어 찌개를 끓이고 싶지 않다.
흙먼지 잔뜩 묻은 신발을 신고
티타임 하러 나가기도 내키지 않는다.
침대 속이 가장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