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감나무가
나한테 기별도 없이
벌써 꽃은 져있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열매를 맺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집을 짓고 감나무를 심었다.
어린 감나무 묘목을 심을 때
죽지만 않으면 다행이었다.
한 겨울에도 애지중지 이불 꽁꽁 싸 메주면서
봄을 기다리며 함께 한 지 벌써 10년이었다.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이 참으로 힘든 일인데.
어쩌자고 이렇게 많은 사람, 식물, 사물과
연결된 채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꾹꾹 눌러 담아 시간을 보낸 이는
내 자식들이요,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둔 채 내 곁을 지키고 있는 감나무가
딱 그 짝이다.
난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는데
그렇게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심지어 매년 날 들뜨게 한다.
그때의 그 영광이 다시 오려나 하는
기대감을 주면서 말이다.
대봉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지나가는 이 모두가 감탄하며 흐뭇해하던 그 시절의 영광 말이다.
미리 따 놓은 퍼런 감을 마트에서 사 와 우려먹는 것과 비할 수 없다.
나무에서 푹 익어 손가락이 쿡 들어가는 말캉한 대봉 먹어봤나?
난 먹어봤다.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지금의 달콤함의 영광을 누릴 자 누구인가?
바로 나야 나!!!!
모기 뜯기며 출근 전에 물 주고,
퇴근하고 물 주고,
사정이 어려우면 귀염둥이 초등학생 아들한테
등교 전에 물을 주고 가라고
단단히 일러두곤 했으니 말이다.
몸서리치는 엄동설한을 견디고 새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속절없이 후두둑 열매를 떨구는 해가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우리 집의 자랑이었던 그 시절의 영광이 언제 또 오나.... 오매불망 기다리며
그렇게 매년 방한재를 둘둘 싸매고
여름이면 매일 물을 주며 보낸 시절이
10년이었다.
그런데, 올해 뭐지? 나 좀 셀레는데?
꽃이 핀 것을 볼 겨를도 없었는데
열매를 맺고 있다.
이 세상의 작은 모든 행복을 끌어모아 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나는
10년을 함께 한 감나무에게 간청하고 싶다.
Would you plz be my pleasure?
남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서라도
내 행복을 구걸하고 싶다.
나를 감싸고 있는 공기마저도 이름을 붙이고
애착을 느끼는 나로서는
십 년을 함께한 감나무에 별다른 커스터마이징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의외였다.
내게 없고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느라
허튼 곳에 에너지를 쏟은 탓일까?
가녀린 묘목이었던 어린이 나무가
어깨 떡 벌어진 청년 나무가 되어있네.
너는 눈에 띄게 자랐는데
왜 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
비결이 뭐야?
지나가는 바람에 근심을 날려 보냈니?
억수같이 퍼붓는 비에 집착을 씻겨보냈니?
폭폭 내리는 겨울 눈에 근심을 꽁꽁 숨긴 거니?
너처럼 내 몸뚱이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음 어땠을까?
숭숭 뚫린 사이로
나의 어리석음을 날려 보내고
집착을 놓아버릴 수 있게 말이다.
똘똘 뭉쳐진 "나" 를 풀어헤쳐 놓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겠다.
가장 고귀하고 자연스러운 방법을 알고있는 나무야 넌 지금 준비중이니?
나도 너처럼 준비중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