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새로 태어난 바카라 이야기

토편지

by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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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라의 측면에 먹물이 팍 튀어버렸습니다.

곁에 두고 즐겨 읽는 시집이었거든요.

헐레벌떡 치웠지만 두툼한 바카라에 생채기가 나 있는 것처럼 께름칙하게 흔적이 남아버렸습니다.

글씨가 지워진 것도 아닌데, 자꾸만 신경이 쓰였습니다.

'어떻게하면 좋을까?'

궁리에 궁리를 하였습니다.

image.png포도그림으로 다시 근사해진 바카라☆


화이트로 지울 수도 없고 종이를 아예 갈아서 버리자니 감당이 안될 것 같았습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곰손인 저에 비히 그림솜씨가 뛰어난 남편에게 바카라을 보여주면서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그냥 두자니 자꾸만 마음이 쓰여서요."

남편은 바카라을 한 손에 붙잡고 요리조리 살펴보았습니다.


image.png아예 검은 하트로 덧칠하여 멋들어진 모습☆


"흔적을 지우려고 하지 말고 아예 새로 그림을 그려주면 괜찮을 것 같은데……."

남편의 그림솜씨를 믿고 있으니 그 말이 단박에 솔깃하였습니다.

"그럼 그림을 좀 그려줘요. 흔적을 깨끗하게 없애기 어려우면 그게 나을 것 같아요."

얼씨구나 싶어 남편의 말에 검정색 네임펜을 얼른 건네주었습니다.

"무슨 그림이면 좋으려나?"

남편은 은근슬쩍 바카라주인의 의사를 묻는 눈치였습니다.

"음, 그럼 포도 그림은 어때요?"

동글동글한 포도모양이 꼴사나운 흔적을 말끔히 지울 것 같았거든요.

"포도요? 그럼 포도 모양으로 그려볼게요."

먹물 자국이 남편의 손끝에서 한알 한알 먹음직스런 포도알로 거듭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와! 정말 깜쪽같아요.

오히려 밋밋했던 처음상태보다 더 멋져보이기도 하고요."

꼴사나운 먹물 자욱을 지우려 시작한 일이었지만 되려 더 멋진 바카라이 새로이 태어난 것 같았습니다.

다른 한 쪽은 무얼 그릴까.

내친 김에 검은 하트로 먹물을 아예 삼켜버리면 어떨 까 싶었습니다.

"이쪽은 검정색으로 하트를 그리고 다 채워줘요."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거침없는 손길로 검은 색 하트를 그려내고 바로 검게 덧칠을 해주었습니다.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큼지막한 검은 색 하트와 포도 한송이가 새겨진 바카라.

어쩐지 누구와도 다른 특별한 바카라이 탄생한 것 같아 못내 뿌듯하기까지 하더군요.

"딱 좋아요!."

이번에도 남편의 그림솜씨에 감탄을 하면서 배시시 웃음을 지었습니다.

다른 물건같으면 대충 보아 넘길텐데.

바카라은 평생친구인지라 마음에 찰 때까지 눈길이 떠나지 않기 마련입니다.

남편의 손길로 거듭난 바카라이니 앞으로 더욱 특별한 존재로 남을 것 같습니다.

같은 바카라이지만 색다른 의미로 독특한 바카라 한권.

이유야 어쨌든 결국 넓고 넓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바카라이니까요.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심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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