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편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남편이 운전하던 중이었습니다.
오른편으로 회전할 즈음이라 깜박이를 켠 상태였고요.
정면에는 건널목이 있었는데, 초록불이 깜박이던 참이었습니다.
사람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잠깐 브레이크를 밟아서 속도를 줄이더군요.
성격대로 운전도 과격한 편이 아닙니다.
'안전운전'을 항상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하는 사람이고요.
끼어들기도 웬만하면 너그럽게 봐주고 열에 아홉은 양보하면서 운전을 하는 급할 것 없는 운전태도를 지닌 편입니다.
그런 남편에게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갑자기 오른 편 보도블럭에서 전동 킥보드가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나더니 휘리릭 바람처럼 건널목을 건넜습니다.
바로 자동차와 불과 몇 초 사이로 비켜지나간 것이었습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상상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엇!"
하도 놀라서 고함을 칠 여유도 없었습니다.
운전대를 쥔 남편도 마침 오른쪽을 흘깃 보았는지 다급하게 브레이크를 꾹 밟았습니다.
안전벨트를 맨 상태로 기우뚱 몸이 한편으로 쏠리면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빛의 속도로 달려가는 킥보드위에 앳된 얼굴.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에 또렷하게 남아있겠지만 당황스러웠던 터라 인상착의조차 또렷하지 않았더랬습니다.
그 탓에 뒷좌석에 얌전히 놓여있던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져 바닥에 뒹굴었습니다.
물론 깨지는 것들은 아니었기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하! 언제 나타난거예요?"
남편도 저만큼 놀란 것 같았습니다.
전동 킥보드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다음에도 연신 벌겋게 상기된 낯빛이었으니까요.
사고는 언제든지 터질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그래서 조심 또 조심해야하는 것이고요.
건널목을 건널 때는 자동차 뿐만 아니라 사람도 좌우를 꼭 살펴봐야하거늘 안전장비 하나 갖추지 않은 킥보드는 오죽하랴.
가까운 거리를 쉽게 이동할 수 있는 탈것으로 킥보드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만큼 위험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심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