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편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엄마를 태우고 동네회관을 향해 달리던 길이었습니다.
늘 다니던 그 길이었지요.
비가 그치고 난 날이라 햇살이 유난히 밝게 빛났습니다.
오토바이에는 안전벨트가 따로 없습니다.
몇해 전에, 동네 골목길에서 어찌어찌하다가 뒹굴었던 흉터가 아직 무릎에 흐릿하게 남아있습니다.
그 후로는 오토바이를 탈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땅바닥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매일 다니던 길이라도 해도 언제든 사고는 불쑥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겪어 깨달았으니까요.
혼자가 아니고 엄마를 뒷자리에 태웠을 경우에는 더욱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습니다.
속도를 높이지 않고 느릿느릿 달려가는 게 마음편했거든요.
그 날도 역시 운전대를 꼭 부여잡고 길바닥에 무엇이 있는 지 살펴 달리던 참이었습니다.
'저게 뭐야? 뱀이 왜 길바닥 위까지 올라와 있는 거야?'
흘깃 보아도 길쭉한 꼬락서니를 어찌 잘못 볼 수가 있을까.
몸피는 굵지 않았지만 꽤 기다란 뱀 한마리가 길바닥에 가로로 누워있었습니다.
오토바이 뒷좌석에서는 아직 보이지 않았을 거리였고요.
'핸들을 휙 돌려야하나? 그냥 밟고 지나가야 하나?'
잠깐 망설이다가 그만 멈춰 설 시간을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쩔 수 없겠다 싶어서 달리던 속도 그대로 길위에 엎드려 있는 뱀을 밟고 냅다 달렸습니다.
"엄마! 좀 전에 길바닥에 뱀이 있는 걸 그냥 오토바이로 치고 온 것 같아요."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은 엄마에게 그제서야 속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어쩌지? 살생을 한 것 같아서 마음이 찜찜해요."
이런 게 말로만 듣던 바로 로드 킬이로구나 싶었습니다.
"그라무는 이따가 집으루 갈때 길에서 잘 치워주기라도 햐."
풀숲으로라도 던져주면 그나마 마음이 조금이라도 개운할 것 같아서 엄마의 말씀에 끄덕끄덕하였드랬습니다.
마을 회관에 엄마를 내려드리고 돌아서 왔던 길을 되짚어 달렸습니다.
돌아올 적엔 자연스레 속도를 올렸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가장 느린 속도로 천천히 달렸습니다.
"여기 어디쯤에서 보았던 것 같은데?"
눈으로 연신 길바닥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두리번 두리번거렸습니다.
아마 뱀은 반토막이 나서 널브러져있을 것 같았거든요.
한데 웬걸 아무리 주변을 샅샅이 훑어보아도 뱀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혹시 죽지 않고 살았단 말인가?'
그 사이 다른 들짐승이라도 뱀을 물어갈 짬도 없었는데 깜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이었습니다.
"햐! 차라리 다행이다. 로드 킬은 아니었구나."
자동차를 타고 가다 만나게 되는 로드 킬 장면이 달가울 리 없었습니다.
아무리 익숙한 일이라고 하더라도요.
더군다나 제 손으로 운전하는 경우에는 말해 무엇하랴.
로드 킬 아닌 로드 킬이라서 참으로 다행이었습니다.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심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