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편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낫을 싹싹 갈아두었습니다.
남편이 며칠전에요.
참깨밭을 둘러본 엄마가 두런두런 재촉을 하셨거든요.
"얼릉 참깨밭 좀 가봐야것다.
송아리가 여문 게 있응께 낫으루 사위랑 잘라오믄 되것어."
남편의 휴무일, 햇살이 따가워지기 전에 서둘러 참깨밭에 들어섰습니다.
며칠 전 눈대중으로 보았던 것과는 또 달라져 있더군요.
"한 두 고랑만 익었거니 하였는데, 그게 아니네요."
갈색빛으로 익어버린 참깨 송아리는 살짝 건들기만 해도 우수수 참깨알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아유! 저 아까운 참깨알들…….'
낫을 참깨 줄기에 바짝 대고 단칼에 싹뚝 잘라내야 하거늘 벼려진 낫끝이 닿자마자 무르익은 참깨알이 바닥으로 빗방울처럼 내리니 아깝기 짝이 없었습니다.
같은 고랑의 참깨도 각기 달랐습니다.
어느 것은 참깨송이가 푸릇푸릇하기만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베어낼 상태가 아닌 것이지요.
그런 이유로 참깨 고랑위에서 참깨 상태에 따라 베어내거나 그대로 두거나 판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어차피 한 번에 심었다고 해서 한꺼번에 수확을 해야할 필요는 없는 법이니까요.
하여 우선 익은 참깨를 찾아서 베어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빨 빠진 것처럼 참깨밭이 들쑥날쑥 하였습니다.
낫으로 참깨줄기를 베어내는 일은 그리 힘겹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른 시간이라도 한여름이라, 순식간에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버렸습니다.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요.
남편이랑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면서 마당으로 베어낸 참깨들을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 안아름씩 안아서 옮겼습니다.
엄마는 참깨밭에서 낫질을 함께 할 수 없으셨습니다.
다만 마당에서 참깻단을 볏짚으로 묶어주실 요량으로 기다리셨고요.
"보기보다 실하구만."
엄마는 내려놓은 참깨 송아리를 연신 위아래로 훑어보시면서 나름 흡족해하셨습니다.
어찌 하다보니 올해는 혼자 속앓이를 하면서 참깨 농사를 지었습니다.
어설프게 혼자서 참깨 씨앗도 두어번 다시 뿌렸고요.
(단번에 참깨 싹이 틔지 않아서요)
저 참깨 한알 한알이 나오기까지 구비구비 땀방울이 숨어있는 셈이었습니다.
참기름이나 깨소금을 만들어내는 참깨.
우리네 식탁에 꼭 필요한 식재료입니다.
수입산 참기름도 물론 많지만 여태 남의 손 빌리지 않고 자급자족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어디에 번듯하게 드러내놓고 팔고 살만큼 그리 큰 참깨농사도 짓지 않고요.
풍작도 그렇다고 흉작도 아닌 올해 참깨농사입니다.
혼자 애면글면 하면서 지은 첫 참깨농사치고는 대견할 정도로 감사한 참깨걷이입니다.
바짝 말려서 참깨송이를 이리저리 탁탁 털어봐야 수확량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대로 익어 올해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참깨를 거둬들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찹니다.
평범한 수확량조차 신통해서 감사할 뿐이니까요.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심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