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알 사이에 청개구리가 까꿍!

토편지

by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마당 한 귀퉁이에 단 한 그루의 포도나무가 있습니다.

실핏줄같은 포도가지를 타고 탐스런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포도송이가 달콤 새콤하게 무르익어가고 있고요.

포도가 어떻게 익어가는 지 아세요?

수박이나 참외처럼 한꺼번에 무르익는 다고 생각하셨겠지요.

이전의 나처럼요.


포도농사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정도입니다만 포도나무가 있어 정확하게 포도알이 어떻게 익어가는지 빤히 알게 되었지요.

바로 아래 사진처럼 짙은 보랏빛으로 한알 한알 익어간다는 사실을요.


포도 한송이를 전지가위로 싹뚝 잘라낼 때는 어쩌는 줄 아세요?

포도송이가 모두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면 이미 익은 포도알은 쪼그라들기 마련이라 전체적으로 포도송이가 익었다싶으면 바로 잘라냅니다.

물론 그러다보니 아래와 같이 혼자만 생뚱맞은 얼굴로 초록빛을 띤 포도알이 한두알 쯤 끼어있는 것이고요.

하는 수 없는 노릇이고요.


image.png펄쩍 뛰어나와서 포도알을 밟고☆


포도송이가 무르익어 달콤한 과즙향이 터져오르면 인근에서 벌들이 떼지어 달려들 수도 있어요.

지난해에는 포도나무 아래에서 엉거주춤서서는 달려드는 벌과 한바탕 신경전을 벌여야 했으니까요.

참으로 조심스럽기 짝이 없었드랬습니다.

일찌감치 종이봉지를 씌워놓고 나 몰라라 했던 탓도 컸고요.


image.png달아나는 청개구리 반들반들 뒷태☆

올해는 아예 종이봉지를 씌우지 않고 햇살아래 포도송이를 그대로 놓아두었습니다.

포도나무 아래에 수도꼭지가 있어 마당에서 물을 쓸 일이 있으면 자연스레 들락날락거렸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포도가 얼마나 익었는 지 눈도장을 찍으며 지냈고요.




image.png청개구리 까꿍☆


익어가는 속도가 제각각이라 하루에 기껏해야 한두송이, 많아야 세송이 정도를 재미삼아 따놓는 형편입니다.

이번 참에도 그렇겠지하면서 머리위 우거진 포도줄기를 올려다보면서 적당히 익은 포도송이를 찾아 기웃기웃거리면서 헤맸어요.


image.png포도알 사이에 청개구리 ☆


한송이, 두송이 그리고 세번째 포도송이를 살그머니 줄기에 바짝 전지가위를 대고 잘라냈는데,

웬걸 딱 한송이에서 아는 얼굴이 '까꿍' 놀래키더군요.

새끼손톱만한 청개구리 한마리가 포도알 사이의 그 비좁은 공간에 숨어들어갔던 겁니다.

청개구리가 포도를 먹지는 않을텐데.

무엇하러 그위에 올라가 숨어있었는 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제법 높은 포도가지 위에 내려쬐는 해살이 무시무시할 것 같은데 말이지요.

아마도 '은신처'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작고 여린 몸을 아무도 모르게 꽁꽁 숨겨둘 요량으로 찾아올라갔겠지요.

하필이면 공교롭게도 거의 다 익은 포도송이를 고른 줄 청개구리는 까맣게 몰랐겠고요.

청개구리가 제 갈 길을 가도록 손으로 휘휘 내저어주었습니다.

'이제 다른 데로 가라!'

생각보다 눈치빠른 청개구리, 포도알 사이에서 몸을쑤욱 빼더니 그위에 달랑 앉았더랬습니다.

그사이 포도알은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 말이 없었고요.

너무 가벼우니 청개구리가 제맘대로 숨바꼭질을 하거나 달아나거나 나몰라라 하더군요.

'톡'

포도알의 과즙 한 방울도 떨어져 내리지 않을 정도 가볍고 가벼운 청개구리 녀석이었으니까요.

청개구리는 반들반들 빛나는 뒷태를 한껏 자랑하면서 제 갈길을 떠나갔습니다.

어딘가 또다른 눈에 띄지 않은 새로운 은신처를 찾아서요.

청개구리 발바닥 모양새는 동글동글한 물방울모양이고요.

눈동자는 밤처럼 까맣게 빛나는 걸 새삼스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맞딱뜨리면 덜컥 놀라는데 거의 유일하게 귀여운 모양새로 친근한 생명, 청개구리입니다.

집 근처에 살고 있는 청개구리는 모두 그 얼굴이 그 얼굴.

내일 또 만나면 다른 청개구리일지라도 '또 너구나' 할 것 같습니다.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심풀 올림



image.png그대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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