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용 TV 안내장을 받고 (feat 삼성TV)

토편지

by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아버지는 귀가 어둡습니다.

청각장애등급을 받을 정도로요.

치매가 깊어가시니 근래에는 보청기조차 멀리하십니다.

올해 구순이 되셨으니 그럴 만한 연세이기도 하지요.

하여 아버지와 소통을 하려면 또박또박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잔뜩 주어야합니다.

아버지 귀에 바짝 대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귓속말을 하듯이 천천히요.


image.png청각 장애인용TV 신청 안내장☆


사탕,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간단한 사물의 이름도 아버지의 기억속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7월 하순, 무더위가 극성인 이 즈음에 '선풍기'라는 말을 잊어버린 아버지는,

검지 손가락을 세우고 무표정한 낯빛으로 빙글빙글 돌리십니다.

'아하! 선풍기를 켜달라는 말씀이시구나'

치매아버지에게 말이 멀어진 탓이겠지요.

저도 모르게 나날이 늘어난 눈치로 아버지가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말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image.png보라 삭소롬☆


그러다 며칠 전에 안내장이 아버지앞으로 왔더군요.

연로하신 부모님에게 온 모든 서류는 우선 꼼꼼히 살펴보는 게 제 일상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각청각장애인용' TV를 신청할 수 있다는 안내장이었습니다.

청각장애를 지닌 아버지에게 청각장애인용으로 TV를 준다니, 그보다 반가울수 가 없었습니다.

제 아버지의 경우에는 약간의 자부담금이 있다해도 환영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무상보급이 가능한 경우도 안내장에 명확히 표기를 해놓았고요)

한편으론 청각장애인용으로 출시된 TV는 과연 어떨지 호기심도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거실에는 대형 TV가 있어서 불편한 점이 없지만, 아버지가 주로 생활하는 안방에는 정작 자그마한 TV가 있어서 조금 아쉬운 형편이었거든요.

이것저것 궁금하여 안내장에 찍힌 주민센터 담담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신청하기 전에 몇 인치에 어느 회사것을 주는 지 안내장에는 없어서요."

신청하는 입장에서 진짜 궁금한 내용은 정작 쏙 빼놓았으니 일일이 물어볼밖에요.

"아, 네. 삼성전자 TV를 드리고요. 40인치가 넘는 것으로 알아요."


지금 안방에 놓인 TV와 머릿속으로 견주어봐도 훨씬 크고 좋은 물건인 것을 담박에 알겠더군요.

하여 전화통화후 이내 결정지을 수 있었습니다.

더는 망설일이 아닌 듯하여 홀가분한 걸음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주민센터에 신청서를 작성하고 돌아왔습니다.



삼성전자가 올해들어 주식 상한가를 치고 국내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는데 장애인을 위한 복지분야에도 TV공급을 하니 우리나라안에 손꼽히는 대기업다운 모습이지요.

슬롯적으로 나눔을 실천하는구나 싶어서요.

그에 반해 글로벌 기업의 덩치에 어울리는 억소리나는 직원들의 성과급이야기.

남의 잔치에 구경꾼 노릇을 하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으로 가슴 한 귀퉁이를 서늘하게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세상이 참으로 좋아지는구나'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해 이런 사업을 하다니요.

장애인의 존재는 이런저런이유로 슬롯적 관심을 제대로 받기 어렵습니다.

어느 시대든 따질 것 없이요.

우리 세상은 장애가 없는 정상인들 중심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니까요.

'슬롯적 약자'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잖아요.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심풀 올림



image.png그대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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