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풍경
(feat 소금쟁이와 거미줄)

토편지

by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장마철 빗줄기가 떠날 줄 모르고 되돌아왔습니다.

그리 거세게 퍼붓고도 아직 남은 빗물이 더 있나봐요.

이미 일주일 전에 아슬아슬 폭우경보까지 견뎌내야 했건만.

그런 이유로 거듭 되돌아오는 비세례가 적잖이 떨떠름합니다.

우산을 집어쓰고 논밭 사잇길을 거닐다가 길바닥에 시선이 딱 꽂혀버렸습니다.

울퉁불퉁 거칠게 마무리한 콘크리트 농로길 한가운데 떡하니 전에 없던 웅덩이가 자리를 잡고 있더군요.

밤새 내린 비 탓이겠구나 돌아서려는데,

물위에 여느 실보다 약해보이는 얇디얇은 네다리의 소금쟁이가 당당히 길을 가로 막았습니다.

목을 쭉 빼고 자세히 바라보니 한 마리도 아니고 무려 두 마리였습니다.


image.png소금쟁이 두 마리가 길을 막고☆


강수량이 어떻냐는 기상예보는 귓등으로 흘러가 버렸고, 논바닥에서 만났던 소금쟁이 모습만이

아른아른 거렸습니다.

'아하! 논바닥을 버리고 빗줄기 따라 길까지 점령했구나'

두손으로 꼬옥 부여잡았던 우산을 냅다 길바닥에 내려놓아야했습니다.

비오는 날 만의 낯선 풍경을 사진으로 남겨두려면 이 순간을 놓쳐서는 안되니까요.

톡톡 머리칼을 적셔오는 빗방울 몇이랴 대수롭지 않은 일.

소금쟁이가 길바닥 깡패로 노는 모습을 얼른 핸드폰 사진으로 담아두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요.

어른대는 그림자로 비치는 나뭇잎과 우산이 설핏 눈에 보이시는지요.

소금쟁이들이 언제 마음이 변해 논바닥으로 훌쩍 가버릴 지 몰라서 호기롭게 느긋히 지켜볼 수가 없었습니다.

물위에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쭈르르 달려가는 두 마리의 소금쟁이.


image.png소금쟁이가 길바닥에☆


물위에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쭈르르 달려가는 두 마리의 소금쟁이를 만나 가던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사이에 발길이 어디로 향하려고 했는지 까맣게 기억너머로 사라져버렸거든요.

던져놓은 우산을 냉큼 쥐고는 걷다보니 길 모퉁이 소나무 아래였습니다.

빗방울에 흠뻑 젖어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거대한 거미줄은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을까.

정작 거미줄의 주인, 거미는 온데간데 자취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밤새 내린 빗줄기를 피해 어느 풀숲에 가만 가만히 엎드려 있을 것 같았습니다.

덕분에 거미의 아름다운 작품, 거미줄의 면면을 공들여 구경할 기회를 얻었네요.

햇살 맑은 날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풍경이 문득 빗방울과 함께 찾아옵니다.

몇 분이 멀다하고 핸드폰을 들썩들썩 울려대던 폭우경보에 애태우던 시절이 불과 며칠전이었습니다.

아니 폭우경보에 새벽잠을 이루지 못하고 시달려봤으니 이처럼 평화롭고 고즈넉한 빗속 세상이 더욱 반가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심풀 올림



image.png그대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작가의 이전글땅콩은 땀방울로 굵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