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편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싱싱한 오이에는 가시가 있습니다.
오이 표면에 오돌도톨 가시가 생생하지요.
더하여 노오란 오이꽃까지 마른 채 달라붙어 있습니다.
마트나 시장에 상품으로 나온 오이 중에서도 가시가 있거나 오이꽃이 붙어 있다면 , 밭에서 갓 따나온 신선한 오이입니다.
그와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오이 표면에 가시는 커녕 단단하지 않고 물렁하다면 이미 상품가치가 없습니다.
그런 오이는 짬쪼름한 장아찌나 담아야지 생으로 조리하기에도 늦은 셈입니다.
간간히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는 오이도 있습니다.
"오이가 왜 이렇게 몸이 휘었어요?"
평생 농부 엄마가 한 말씀 하시더군요.
"아따!
물이 부족하므는 오이가 꼬부라들더라.
그라구 말이여.
씁쓰름한 맛도 나는 것두 다 물이 부족해서 그랴."
오이는 수분이 많아서 여름철에 여러모로 쓸모가 많습니다.
그냥 뚝 잘라서 아작아작 씹어 먹어도 물론 나름대로 맛있고요.
(아침에 갓 따온 오이는 주르르 물에 씻어내서 탁탁 잘라내어 오독오독 씹어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갖가지 양념을 묻혀도 그도 역시 맛있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이 제일 좋더군요.
참외, 수박 그리고 오이 몇 포기를 비닐하우스에 심어두었습니다.
그 중에서 오이가 으뜸으로 주렁주렁 열리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참외와 수박은 더딘 편이라 아직 여물지 않았고요.
같은 날 심었어도 확연히 각자의 속도가 따로 있습니다.
요즘은 두말 할 나위없이 '오이의 시간'
하루가 멀다하고 비닐하우스 문턱을 제집 안방처럼 드나들고 있습니다.
줄기마다 무성한 커다란 오이 이파리를 이리저리 제치고 길다랗게 늘어진 오이를 구석구석 찾아 헤맵니다.
이파리 색도 초록빛, 오이까지 같은 빛깔이라 자칫 놓칠 수도 있습니다.
간혹 실수로 때를 놓친 오이는 금세 누렇게 색이 변하여 버리고 맙니다.
겨우 하루나 이틀 차이로 말입니다.
채소는어떤 방법으로든 저장하는 것보다는 그때 그때 싱싱하게 먹는 게 최고지요.
"동네 회관에 좀 가지구 가야것어.
칭구들이 뭐구 있으믄 니 아부지부터 챙겨주는 디 고맙잖여."
비닐 하우스가 아니라 노지에 심은 경우에는 아직 수확철이 아니라고들 합니다.
"비닐하우스니께 빨리 열린 거여.
다른 집은 오이가 아직이랴."
도나도 농사를 짓는 시골마을, 만만한게 바로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입니다.
엄마를 모셔다 드리면서 동네회관에서 나눔하고 남편의 출근길에도 나머지 오이 한움큼을 들려 보냈습니다.
"오이는 밭에서 따고 하루만 지나도 확연히 맛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오늘 수확한 거니까 맛이 괜찮을거예요."
무엇이든 우물쭈물하다가 냉장고에 들어갔다나오면 맛이 어쩐지 다르게 느껴져요.
그쯤되면 남에게 선뜻 내어주기에도 민망한 상태가 되고 말아버리지요.
하여 아까워할 틈이 없습니다.
값어치로 따지자면 농산물 가격이 터무니없이 싸더군요.
각종 공산품은 하루가 다르게 값이 올라가는 형편인데도 말입니다.
오이도 여름이 제철이니 값을 따져 무엇하리.
미련없이 나눕니다.
내일은 또 내일의 싱싱한 오이가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무더운 여름.
어느 먹거리라도 쉬이 상하는 계절입니다.
오이농사가 지난해와 다름없이 풍성하여 얼마나 고마운 지 모릅니다.
그 덕택에 이차저차 나눌 수 있어 다행이라 여기고 살아갑니다.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심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