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와 새우젓

토편지

by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시골마을에 노인이 많은 것을 이미 알고 계시지요.

그중에서 할아버지보다는 할머니가 월등히 많고요.

여든여덟 엄마를 오토바이 뒤에 납작 태워 동네회관으로 하루 두번 오가고 있습니다.

날마다 똑같은 논둑 사이 좁다란 농로길을 오가는데, 엊그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뚱딴지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집에서 동네회관까지는 어른걸음으로 10여분거리, 오토바이로 달리자면 시간을 재 볼 필요를 느끼지 못할 만큼 가깝습니다.

한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동네회관을 코앞에 두고 농로가 막 끝나가는 길목에 검은 자동차가 도로를 콱 막아서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오토바이의 브레이크를 걸은 채 이리기웃 저리기웃거리면서 자동차 사이에 얼마만큼의 틈이 남았는 지 어림짐작을 해봤습니다.

'아이쿠! 겨우 사람하난 걸어갈 자리만 남겨두었네'

이대로 오토바이를 끌고는 비켜 지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혹시 자동차 운전자가 근처에 있다면 차를 빼달라는 말을 해보려고 근처 들판까지 샅샅이 훑어보았습니다.

저 멀리 논과 논 사이에 사람의 뒷모습이 어른어른 거렸습니다.

소리를 '꽥' 지른다면 혹시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닿을 지도 확신할 수 없도록 먼 거리였습니다.


image.png새우젓☆



사이에 째깍짹깍 시간은 흘러가고 더이상 우물쭈물할 틈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왔던 길을 되짚어 가기로 하였습니다.

말하자면 여태껏 다니던 빠른 지름길을 버리고 동네 한바퀴를 크게 돌아 돌아가는 먼 길을 달려야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여느 날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야 동네 회관에 도착하였드랬습니다.

"엄마! 어서 타셔요. 조금 늦었어요.

자동차 한대가 길을 막고 있어서요."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술술 꺼내면서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하였습니다.

"내일 만나유~"

동네회관 앞 벤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던 할머니들과 다정한 말씀을 나누며 이윽고 엄마가 오토바이 뒤에 타셨습니다.


"조심해들 가셔요."

뿔뿔이 흩어지는 할머니들에게 눈맞춤을 하면서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려. 그려. 누구는 딸 덕에 호강하는구만."

툭 던지는 동네 할머니의 농담에 빙긋이 웃음을 지으며 오토바이의 핸들을 돌려나왔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다보니 동네 할머니 한분이 새우젓 한통을 들고 기우뚱기우뚱 걷고 계셨습니다.

'가다 서다하는 걸 보니 휙 지나칠 수가 없구나'

빈손으로 걸어가는 일도 힘겨운 할머니에게 새우젓 한통은 세상 무겁고 무거운 짐 덩어리일테지요.

"제가 대문앞까지 가져다 드릴게요.

천천히 걸어오셔요."

그 할머니 가까이에 오토바이를 슬그머니 세우고 새우젓 한통을 냉큼 받아서 오토바이 바구니에 쏙 집어넣었습니다.

"아이쿠! 고마워유~."

약간의 치매증세가 있는 할머니, 인사까지 깍듯하게 하시는데 그 모습이 어쩐지 더 짠해보였습니다.


눈썰매장 저리가라할 만큼 가파른 그 할머니네 집앞, 뒷자리의 엄마는 어쩔수없이 잠깐 내려야했습니다.

"후딱 다녀올게요."

오르막이 워낙에 급하여 뒷자리에 엄마를 태운 상태로 들어가기엔 벅찬 노릇이었거든요.

처음에는 집앞 대문까지만 들어가려 했는데, 막상 새우젓을 내려놓으려하니 경사진 길을 힘겹게 걸어올라올 할머니가 눈에 밟혔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최대한 가까이 가져다 드리자!'

대문에 이어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난 너른 마당을 지나 현관앞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곧장 들어갔습니다.

'이쯤에 놓으면 괜찮겠지'

흡족한 마음으로 도어락 바로 밑에 새우젓 한통을 툭 꺼내놓았습니다.


돌아나오는 길은 또다른 의미로 위험천만하였습니다.

울퉁불퉁한 길바닥에 내리막길이라 주르르 미끄러지듯이 가속도가 붙어서 브레이크를 잔뜩 누른 상태로 바짝 신경을 곧두세웠습니다.

길가에 우두커니 서 있는 엄마를 뒷자리에 다시 태워드리고, 저만치 걸어오시는 그 할머니께도 찡긋 눈인사를 보냈습니다.


참 알수없는 세상일이지요.

엉뚱한 자동차 탓에 생뚱맞게 먼 길을 달려갔다가 되려 새우젓 심부름을 스스로 청하게 되는 아이러니.

오토바이의 덕택에 뜻밖의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여느날과는 다른 뿌듯한 가슴을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심풀 올림


image.png그대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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