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심는 법을 아세요?

토편지

by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대파는 뉘여심습니다.

뿌리만 아래 사진처럼 흙속에 푸욱 파묻고요.

물론 물은 아침저녁으로 정성들여 뿌려줘야 합니다.

아주 가느다란 실가닥모양새가 쪽파나 부추같은 비슷한 밭작물과 헤깔릴 수 있지만 저래뵈도 어엿한 대파입니다.

지금은 어려서 제 꼴을 갖추지 못하여 그리 보일 수있는 것이고요.


image.png뉘여 심는 대파☆


뉘여심고나서 며칠을 지내다보면 서서히 어린 대파가 흙속에 뿌리를 내립니다.

그와 더불어 몸 전체를 느릿느릿 세워올리기 시작하고요.

나무를 심듯이 길쭉한 몸피를 흙 위에 처음부터 반듯하게 세워심는 줄 알겠지만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축처진 몸뚱아리를 깨워봐야 소용없는 일이라듯이

아예 뉘인 상태로 툭 흙속에 심어두는 무심한 농사법이 무척 놀랍습니다.


image.png대파심은 날에☆


며칠 지나고 나면 아래사진처럼 대파가 이영차 기운을 쓰기 시작합니다.

늘어뜨린 팔다리를 곧추 세우듯이 살그머니 일어납니다.

땅속에 박힌 뿌리의 힘으로 늘어져 누운 몸뚱아리를 차츰차츰 깨워 세우는 게 신비롭기 짝이 없습니다.

아침마다 대파의 전날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에 휘둥그레한 채 이리저리 살펴보는 일은 예삿일입니다.

보고 또 보아도 신통하고 신기한 노릇이어서요.



image.png일어서는 대파☆




하루아침에 벌떡 일어나는 게 전혀 아닙니다.

서서히 시간을 두고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더군요.

마트에서 어른 손가락처럼 굵다란 대파만 보았을 테니 실가닥같이 생긴 어린 대파도 얼마나 낯설여보일 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털어놓자면 농사를 짓기 전에 나또한 그런 축에 들었으니까요.

하물며 뉘여심어서 키우는 대파심는 과정을 어찌 알 수 있으랴.


처음부터 꼿꼿하게 심어봤자 힘없이 쓰러져버릴 수밖에 없는 어린 대파의 기다란 모양새입니다.

무엇에 기대어 심을 수도 없는 형편이고요.

그런 이유로 대파 스스로가 안간힘을 써서 자신을 반듯하게 세우는 시간을 거쳐야 하는 것입니다.

포기를 모르는 생명의 힘은 이토록 아름답습니다.


흙위에 풀썩 누워버렸다고 어서 일어나라고 모질게 채찍질하지 않습니다.

말없이 기다리면서 지켜볼 뿐입니다.

모든 생명을 가리지 않고 기꺼이 품어주는 흙의 힘을 의심하지 않으니까요.

그리하여 끈질긴 식물의 힘과 땅을 아는 지혜로운 농부는 뉘여서 대파를 심으면서도 그저 평화롭습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때맞춰 쏟아지는 빗방울, 그리고 따사로운 햇살의 도움으로 대파는 나날이 반듯하게 자라날 것입니다.

알 수 없는 어느날에, 대파는 온전히 자신만의 의지로 밝은 햇살아래 어떤 정성스런 손길을 받은 바와 다름없이 아니 그보다 더욱 당당하게 파릇한 자태를 뽐낼 테지요.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심풀 올림





image.png그대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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