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냥이가 뱀을 물어온 날

토편지

by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세발 달냥이가 온 식구들에게 야단을 맞았습니다.

"아이쿠! 저게 뭐여?"

거실에 앉아계시던 엄마가 제일 먼저 달냥이의 모습을 보시고는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지르셨습니다.

"저 싸가지읇는 것을 우짜냐!

얼릉 사위 좀 불러야 쓰것어."


부엌에서 아버지 간식 준비를 하다가 심상치 않은 말씀에 괜히 등허리가 싸늘해졌습니다.

앞발에 칭칭 고라니망을 감은 채 집으로 어기적어기적 고양이가 돌아왔던 그 날의 소름끼치던 기억이 번뜩 떠올랐거든요.

image.png뱀 딸기☆


그 사건으로 달냥이는 앞다리와 발을 한꺼번에 잃어야했고요.

마당을 내다볼 틈도 없이 위층으로 달려올랐습니다.

겁쟁이 중의 겁쟁이.

뱀이라는 말만 들어도 오소소 소름이 돋아나는 통에 겁을 더럭 집어먹었거든요.

남편!

이럴 때 가장 든든한 방어막은 다름아닌 남편입니다.

"빨리 내려와봐요.

마당에 달냥이한테요."

남편은 다급한 목소리에 화답하듯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계단을 타고 부리나케 현관으로 나섰습니다.

세발 달냥이에게 어떤 치명적인 사건이 벌어질까 두려웠던 마음이 어찌 다를텐가.

남편의 뒤를 이어서 헐레벌떡 마당으로 나서보니

달냥이가 입에 살아있는 초록빛 풀뱀을 물고 멍하니 마당한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풀뱀이 꿈틀꿈틀거리는 상태를 보니 어느 풀숲에서 사냥을 해온 모양이었고요.


image.png달냥이가 밭에서☆



"이리내놔! 뱀을 물고 집으로 오면 어떻게 해."

남편의 느닷없는 호통에 달냥이는 무엇이 잘못되었는 지 몰라 어리둥절해 보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후다닥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엉거주춤거렸고요.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달냥이가 마당에 떨군 풀뱀을 남편은 빼앗아들고는 저벅저벅 시냇가로 향하였습니다.

집에는 한시도 둘 수 없는 노릇이라서요.

아무리 독이 없는 풀뱀이라도 살아있거나 죽었거나 뱀은 뱀.

"시냇물에 버리고 올게요."

먼 발치에서 남편과 달냥이의 모습을 흘깃흘깃 훔쳐보는 것만으로 소름이 돋아서 무어라고 댓구를 했는지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충청도 토박이, 촌사람인데도 뱀은 허물만 보아도 머리카락이 쭈뻣 서는 걸 어쩔 도리가 없거든요.

외딴 집, 동네 너른 벌판위에 지은 집이라 근처에서 얼마든지 기어다니고 있으리라 짐작 하고는 있습니다.

다만 집안 마당으로만 들어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살아요.

여태껏 달냥이 덕분에 꿈틀꿈틀대는 꼬락서니를 보지 않아서 얼마나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는 지 모릅니다.

한데, 살아있는 놈을 물고 집으로 들어오다니!

어디서 들어보니 고양이의 습성상 사냥감을 자랑삼아 그러는 가보던데.

기왕이면 아니 되도록 뱀 따위는 안보고 살아야 마음이 편안하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야옹야옹 같은 대답을 할 게 뻔해도 달냥이를 붙잡아 앉혀놓고 교육을 단단히 시켜두어야겠습니다.

알아듣거나 말거나 믿거라하면서요.

무엇을 잡아도 되지만 제발 집안에는 물고 오지 말라고 말입니다.

달냥이 너와는 달리 뱀이라면 무턱대고 놀라 줄행랑부터 치는 겁쟁이중의 겁쟁이가 바로 네 앞에 선 사람이라고요.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심풀 올림

image.png그대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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