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이야기
여든 여덟 엄마는 병원을 자주 다니고 계십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가까운 동네 내과에서부터 치과, 정형외과까지 골고루요.
그와 달리 엄마와 한 살 위인 시어머니는 한평생을 병원과 담을 쌓고 사셨습니다.
오죽하면 언젠가 팔이 부러졌을 때에도 자식들이 병원에 억지로 모시고 가려하니 서슴지 않고 자해를 하실 정도로 병원 거부증이 유독 심하셨습니다.
부러진 팔을 차마 장롱에 …….
하는 수 없이 이런 상태로 둘 수 밖에 없어서 결국 팔은 어슷하게 붙어버렸습니다.
너무 다른 두 어머니 모습입니다.
그런가 하면 시어머니는 타고난 천성이 비단결이라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사돈 양반 잘 계시냐?"
시어머니 당신 몸상태도 시원치 않건만 얼굴을 뵐 때마다 아버지 안부를 꼬박꼬박 물으십니다.
"암만, 잘 자시므는 오래 사실기다.
노인 양반은 밥이 보약이니께."
그러던 참에, 남편에게 한낮에 느닷없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머니 모시고 병원에 다녀와야겠어요.
아무래도 위내시경을 해야한다는 데, 연세가 있으시니 수면내시경은 어렵다고 해요."
해가 갈수록 시어머니의 치아상태가 부실해져서 어렵사리 치과에 모시고 다녀왔지만 헛수고였습니다.
"죄송하지만, 어르신께 치과적인 치료는 아무것도 해드릴 게 없어요."
몇 해전에 아버지도 똑같은 말을 치과에서 들었는데 시어머니도 그와 같은 처지.
꼭꼭 씹는 일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뇌건강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위장에 더 없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시어머니 두분에게는 이제 소용없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버지는 다행히 죽을 끓여드리면 위에 부담이 적어 그런지 별탈없이 소화에 문제가 없습니다.
한데 시어머니는 치아가 그리 엉성한데도 한사코 밥만 잡수시려 하시니 소화제를 달고 사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죽을 쑤어다 드리면 어떠셔요?"
묻고 또 물어봐도 빙그레 웃으시면서 시어머니는 고개를 살레살레 저으셨습니다.
"먹지도 않을 죽을 뭣할라구.
살다말이여, 누구랑 싸울 일 있으믄 지고 살어라"
나무랄데 없이 고운 성품까지 품이 넓은 시어머니입니다.
시어머니는 위내시경을 어찌어찌 마치셨고, 지금은 위 내시경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검사결과를 보려면 무려 며칠씩이나 걸린다고 합니다)
걱정스런 마음이 슬그머니 치솟을라치면,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꾸역꾸역 긍정의 말을 스스로에게 건네주고 있습니다.
"보호자만 오셔서 검사결과 들으셔요."
남편과 둘이서 병원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같은 말도 혼자보단 둘이 듣는 게 더 나을 듯해서요.
검사결과가 어찌 나오든지 간에요.
혹여 남편 혼자 당황스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어쩌나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습니다.
셈을 해보니 검사결과일 그 날짜가 공교롭게도 어버이날인 5월 8일을 며칠 앞둔 날이더군요.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어버이날.
그 날의 분위기를 어찌 장담할 수 있으랴.
과연 소화기 내과에서 어떤 검사결과를 들을 지 한치 앞도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가볍게 약을 잡수실 정도면 얼마나 좋을까.
내심 욕심을 부려봅니다.
여든 아홉의 시어머니, 흔히 말하는 아홉수를 무사히 넘기시길 기원하고 있습니다.
진심에 진심으로.
신은
어느곳에나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만들었다.
-유대인 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