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복수보다 더 좋은 선택

복수만이 능사가 아니다

by무로

니체는 타인에게 받은 상처를 반복해서 되새기며 복수하고 싶어 하는 감정을 원한(ressentiment)의 문제로 보았다. 원한에 사로잡히면 내 삶의 기준이 내가 아니라 나를 해친 사람이 되어버린다. 상대에게 무엇을 돌려줄지를 계속 생각하는 동안, 정작 나는 과거의 사건에 묶여 있게 된다. 니체가 경계한 것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바카라임을 묻는 행위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원한이 나 자신의 삶을 지배하게 되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나는 복수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화가 나고 되갚아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복수보다 좋은 선택은 내 일상을 망치지 않으면서 그 감정을 회복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상대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으로 오랜 시간과 노력을 쏟거나, 불법적인 행동을 해서 오히려 내가 처벌받는다면 결국 내가 더 큰 피해를 입는다. 복수 때문에 내 삶까지 무너진다면 상대가 나에게 한 일을 넘어 복수심까지 내 삶을 빼앗아 가는 셈이다.

그렇다고 피해를 입고도 무조건 잊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소나 민사소송처럼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상대의 바카라임을 묻고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대응이다. 나는 법을 다루는 사람인 만큼 이런 방법을 알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내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감정적으로 되갚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를 활용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누군가의 악의에 대응할 방법을 아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항상 참고 물러나는 것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필요한 순간에는 거절하고, 증거를 남기고, 제도를 이용해 바카라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공격할 줄 모르는 사람은 공격받기 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은 필요하다.

결국 복수보다 더 좋은 선택은 복수심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내 삶의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요한 바카라임은 묻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나를 지키며, 감정은 내 일상을 망치지 않는 방식으로 해소해야 한다. 대응할 힘이 없어서 용서하는 것과, 대응할 수 있지만 내 삶을 위해 내려놓는 것은 다르다. 상대에게 바카라임을 물을 힘과, 그 이후 다시 내 삶으로 돌아올 힘을 함께 갖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복수보다 더 나은 선택이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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