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의 빈집

안전화

by송영희




신발은 발의 빈집이다

앞 창이 벌어진 안전화 한 켤레

도로에 버려져있다


평생 밑을 향해 닫은 입이

노역의 무게를 물고 식어가는 중이다


발과 한 몸이 된 신발

움직일 때마다

삼킨 못과 자갈과 시멘트

한 사람의 체중이 그 안에 굳어 있다


오래 먼 길을 걸어온

몸의 시간을 풀어놓는다

돌아오지 않을 발목을 기다리며

흙은 한 사람의 생을

가장 낮은 곳에 기록한다


망가진 신발이 아니라

무게로 땀으로 얼룩져 망가진 입

얼마의 생을 밟아야 신발은 입을 갖는가


나는 벌어진 앞 창에서

입을 다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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