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고양이가 되어
사원증이 그를 떠나던 날
의자를 비워둔 채
그곳을 떠나
그는 야산에 고양이가 되었지
도시에는 보이지 않는 무덤이 많았어
처리하지 못한 서류는 밀물처럼 밀려오고
그 종이 앞에서 그는 늘 위태로웠지
좁은 길을 걷다가 좁은 길에 넘어져
상처를 돌볼 겨늘이 없었지
번듯한 길을 내려오고 난 뒤에야
막혔던 숨이 제대로 쉬어졌어
벽 하나를 허물 고나니 홀가분해졌지
속도를 놓아버린 그에게 아무도 다가서지 않아
바람을 세워 놓고 휘파람 불면
새소리가 상처를 닦아 줬지
퀭한 눈으로 숲길을 걷지만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 아침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이 처음으로 내 편 같았어
그는 이제 산속에 갇힌 사람
바람이 지나는 쪽으로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지
기울어진 걸음이어도
늘 내 노래를 부를 수 있거든
이곳엔 치열한 싸움도 없고
바카라임져야 할 얼굴도 없어
오랫동안
사원증에 묶여서 굽신거렸지만
이제는 자신의 운명에 주인이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