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키오스크 앞에 서면
나는 시험을 보는 학생이 된다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묻지도 않았는데 글자는 떠오르고
잘못 누르면 취소될까 봐
손끝은 망설여진다
메뉴는 왜 이렇게 많은지
글씨는 왜 이렇게 작은지
예전에는 말 한 마디면 됐는데
이제는 기계와 수화를 한다
뒤에서 기다리는 줄이 길어지면
미로에 빠져
손끝은 바빠지고 눈은 글자를 쫓다가
어느새 길을 잃는다
잘못된 터치로 주문한 것은 삭제되고
편리함 뒤로 치미는 불끈
낡고 느린 것들이 텅 빈 마음을
채워주는 것이 더 많다
이 낯선 기계를
몇 번이나 주물렀다 펴면
주문완료가 튀어나올까
성장통을 앓는 나무처럼
봉합되지 않은 손이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