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 한 줌
우리가 머문 곳은 인도양에서도
가장 먼 식스센스나무리조트
3일째 동양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밤이 되어 별빛이 흐르는 바닷가에
와인 파티가 열렸다
두 명의 남자가 두 개의 와인잔을 들고
우리 옆으로 다가왔다
바로 옆에 투숙한 이탈리아 남자였다
조지크루니와 리처드기어의 미소를
머금고 와인잔을 건넨다
남자끼리 신혼여행 왔다는 딸아이의 말에
매력적인 얼굴이 혐오스러웠으나
청년들 외모에 웅크린 감정이 사라지고
따뜻함에 푹 빠져 있을 때
훈풍을 묻히며
키세스 (Kissxs) 음악이 흘러나왔다
지중해의 바람을 가슴에 안고
부드럽고 조용한 나만의 왈츠를 추었다
소소한 평화로움은 그들과 낭만에 물들어
오렌지 빛이 되어갈 때
다가오는 한 남자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이 먼 곳에서 이산가족 만남 같았다
삼성전자에서 3년 동안 일했다는
프랑스 남자와 마주 앉아
한 무리의 별빛과 달빛을 묻혀가며
새벽 2시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틀 후 이곳을 떠나기에
선착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미 나와 있는 세 남자
그들의 넓적한 가슴에
한 번씩 안기는 낯선 이별
몽롱한 정신으로 배에 올랐다
그곳을 떠난 지 십 년이 넘었는데
다시 못 올 것에 대한
짙은 낭만 한 줌이 아직도 나를 뒤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