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재단하고, 물이 한 땀 한 땀 이어 붙이는 가을
작게, 조금 더 크게
개울은 오늘
옷을 갈아입는다
붉은 잎 하나
노란 잎 하나
바람이 재단해 떨어뜨린 조각들을
물이 한 땀 한 땀
이어 붙인다
잎 하나 내려앉은 자리마다
동그라미가 번진다
작게, 조금 더 크게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듯
흘러가는 것들은
붙잡지 않아도
제 빛깔을 남기고 간다
나도 이 가을
어느 개울가에
작은 동그라미 하나
그려 두고 갈 수 있을까
―――
한글날 오후, 좋아하는 음악가의 영상 속에서 단풍 든 개울 그림 한 장을 만났다. 물 위에 내려앉은 잎 하나, 그 둘레로 번지는 물결. 그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이 시가 왔다.
요즘 나는 자꾸 동그라미를 그린다. 「원 안에 들면 다른 세계가 나온다」는 글을 썼고, 동그라미를 그리다 오랜 친구의 얼굴을 그렸다. 이번에는 잎 하나가 물 위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 시를 스레드에 먼저 올렸을 때, 한 글벗이 이런 댓글을 남겨 주었다.
"읽고 나니 마음에도 작은 동그라미 하나 번져요."
시의 마지막 줄에서 나는 물었다. 작은 동그라미 하나 그려 두고 갈 수 있을까. 그 대답을 독자에게서 먼저 들었다.
그 동그라미는 노래가 되었다. 처음엔 잔잔하게 만들었는데, 내가 들어도 졸렸다. 그래서 다시 만들었다. 잎이 물에 톡 내려앉는 소리처럼, 통통 튀게.
이 가을, 나는 어느 개울가에 작은 동그라미 하나 그려 두고 간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에도, 작게, 조금 더 크게.
―――
글을 다 읽으셨다면, 이 음악과 함께 잠시 쉬어 가세요.
[「작은 동그라미」 · 쉼표 JEONGSEON]
이 시로 만든 노래예요. 통통 튀는 가을 한 조각, 즐겁게 들어 주세요.
이미지: AI와 함께 그렸어요
음악: Suno로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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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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