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kg 감량 영상에서 지방흡입 시술까지, 1년 간의 다이어트 잔혹사
오늘부터 진짜 다이어트다. 매번 말로만 반복하던 다이어트 선언이지만, 이번만큼은 찐이다. 서점의 어설픈 위로 글귀보다 더 지독한 건, 옷을 입었을 때 옆구리에서 자꾸 존재감을 과시하는 정직한 살들이었으니까.
시작은 어젯밤 침대 속에서 본 유튜브 영상 하나였다.
[2주 만에 15kg 감량! 이것만 먹으면 무조건 빠집니다]
영상을 보는 내내 뇌가 마비되는 것 같았다. 홀린 듯이 검지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여 영상 설명란의 사이트 링크를 꾹꾹 눌렀다. 홀린 사람처럼 옵션을 추가하고, 고민도 없이 빛의 속도로 간편 결제까지 완료!
‘내일 새벽 특송 퀵 배송 완료 예정!’
새벽 4시, 핸드폰 진동 소리에 잠자다 말고 벌떡 일어났다. 눈도 못 뜬 채 비틀거리며 대문 앞을 열어보니, 진짜로 커다란 택배 박스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우하하! 마침내 도착했다, 나의 살 빠지는 비밀병기!"
잠옷 차림으로 대문 앞에서 박스를 껴안고 들어와 신나게 언박싱을 시작했다. 박스 속엔 영롱하게 빛나는 1만 5천 원짜리 프리미엄 샐러드와 각종 다이어트 식품들이 정갈하게 들어있었다. 내 피 같은 돈이 나갔지만, 이 녀석들만 있으면 2주 뒤 나도 15kg 감량 유튜버처럼 변신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날이 밝은 오늘 점심시간. 동료들이 제육볶음과 김치찌개를 먹으러 가자는 걸 단칼에 거절했다.
"나 오늘부터 클린 하게 먹을 거야."
멋지게 선언하고는 새벽에 도착한 1만 5천 원짜리 포케 샐러드 볼을 꺼냈다. 초록초록한 양상추와 아보카도, 오리엔탈 드레싱. 한 입 씹을 때마다 아삭아삭, 건강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래, 이게 바로 현대 지성인의 클린 한 식단이지!'
마지막 옥수수 한 알까지 싹싹 긁어먹고 뿌듯하게 그릇을 비웠다. 그런데 이상하다. 다 먹고 돌아서자마자 씹는 운동을 하느라 턱관절만 얼얼하고, 위장은 텅 비어 있는 이 허탈함은 뭐지?
전자레인지 돌리는 3분도 못 참는 조급한 현대인의 뇌는, 풀떼기가 들어온 지 딱 1시간 만에 비상경보를 울리기 시작했다.
‘주인님, 씹는 행위는 인식했는데 칼로리는 어디 갔나요?’
오후 4시가 되자 눈앞이 노랗게 변했다. 뇌 과부하로 타이핑 속도는 떨어지고, 머릿속엔 오직 노릇노릇하게 튀겨진 치킨과 바삭한 라면 수프 냄새만 맴돌았다. 급기야 동료에게 "코끼리도 풀만 먹고 살찐다잖아!"라고 말하려다, 배고파서 뇌가 멈춘 바람에 "코끼리도 풀 먹고 살 뜬다!"라고 오타를 쳐서 사무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내 정신줄은 샐러드드레싱처럼 공중분해되었다... (feat. 참지 못한 오늘의 목표)"
배를 잡고 굴러다니는 동료들을 보며 나도 허탈해서 배꼽이 실종될 정도로 웃었다. 배고픔에 미쳐가는 나 자신과 '배꼽 실종 사건'이라는 웃픈 예능 한 편이었던 것이다.
... 그렇게 피눈물 나는 다이어트 식품 식단 2주 차.
결과는? 단 100g도 안 빠졌다.
"아니, 내 1만 5천 원은 어디 가고, 내 살은 그대로인데?!"
억울함과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자 참았던 식욕이 폭발했다. 그 결과 찾아온 건 직빵 요요현상. 밤마다 야식을 폭풍 흡입하며 원래 무게보다 +2kg를 더 얹어버렸다.
스스로에게 깊은 실망감을 느끼며 침대에 누워 다시 유튜브 앱을 켰다. 알고리즘이 나를 이끈 또 다른 채널의 영상 제목.
[요요 없이 체질을 바꾼 찐 후기! 내돈내산 1년 관리법]
'아... 지난번 건 가짜였고, 이게 '진짜'였구나!'
차가운 현실 직시는 무슨. 스트레스에 마비된 뇌는 이미 합리화를 마쳤다. 나의 검지손가락은 또다시 홀린 듯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 이번엔 한 달 치 따위가 아니다.
"사장님, 무이자 12개월 할부요! 으하하!"
그렇게 1년 가까이 지나갔다. 다이어트 식품에 게거품을 물며 덤볐지만 살은 빠질 기미도 없고, 요요만 폭풍처럼 증폭되었다. 결국 마지막 카드로 병원으로 달려가 의학의 힘을 빌리기로 결정, 비싼 지방흡입 시술까지 결제했다.
'이제 진짜 끝이다! 내 돈 주고 내 지방을 뽑아내겠다는데!'
하지만 잔인한 현실은 또 한 번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통장 잔고는 바닥을 쳤는데, 내 몸뚱이를 단단하게 휘감고 있는 지방은 여전히 빠질 생각도 안 하고 신나게 줄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내 몸엔 신나게 줄넘기하는 지방 삼총사만 남았다. (역시... 난 안 되는 건가... ㅋㅋㅋㅋ)"
설상가상으로 무리한 다이어트식과 스트레스의 콜라보로 내장질환까지 얻어 바카라상 위에 알록달록한 약봉지만 산더미처럼 쌓였다.
"으흐흐... 1년 동안 내 통장은 깡통이 되었고, 얻은 건 12개월 할부 영수증과 내장질환 약봉지뿐이라니!"
헐값에 중고바카라을 팔아치우며 다짐했던 현실 직시가 다시 한번 서늘하게 뼈를 때렸다. 내 욕심과 조급함이 만든 '웃픈 현실' 앞에서 실소만 터져 나왔다.
그래, 지방도 안 빠지고 통장만 털렸지만 어쩌겠나. 쌓인 약봉지 챙겨 먹고, 오늘부터는 12개월 할부금 갚기 위해서라도 정신 차리고 진짜 튼튼하게 살아봐야지!
오늘의 현실 직시한 줄:
"1년 동안 부어 넣은 돈과 지방흡입 시술의 결과: 내 몸에 남은 건 여전히 줄넘기하는 지방과 산더미 같은 내장질환 약봉지뿐."
작가의 한 마디:
다이어트 식품부터 지방흡입까지... 여러분도 통장 잔고 바닥나고 약봉지만 남은 '웃픈 다이어트 잔혹사' 있으신가요?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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