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해변에서, 발자국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밭이었다.
한쪽엔 파도가 밀려들고, 다른 한쪽엔 수평선까지 이어진 백사장.
그 위로 두 줄기 바퀴 자국이 길게 뻗어 있었고, 그 사이사이 무수한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다.
누군가 먼저 걸어간 길이었다.
그리고 그 길 위에, 논라를 쓴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길 위에 앉아 쉬는 사람들.
나는 그 모습에 오래 눈이 머물렀다.
끝없이 이어진 길 한복판에서,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한다는 조급함도, 얼마나 왔는지 재는 기색도 없었다.
그저 걷다가 문득 멈춰, 바다를 등지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걷는 것만이 길이 아니라, 길 위에 앉아 쉬는 것도 길이라는 듯이.
발자국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모래 위의 발자국은 오래가지 못한다.
파도가 한 번 밀려들면, 바람이 한 줄기 지나가면, 이내 흐려지고 지워질 것이다.
그걸 모르고 찍은 발자국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걷는다.
지워질 것을 알면서도, 오늘도 모래 위에 제 걸음을 새긴다.
지워질 것을 알면서도 남기는 길.
한때 나는 그게 부질없다 여겼다.
어차피 사라질 텐데 무엇하러 애써 걷는가, 하고.
그런데 이 해변 앞에서 생각이 달라진다.
발자국은 오래 남기 위해 찍는 게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여기를 지나고 있다는 그 하나의 증거로 충분한 것이었다.
남느냐 지워지느냐가 아니라, 걸었느냐 걷지 않았느냐가 전부인 것이다.
그리고 발자국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앞서 걸어간 누군가의 자국이 있어, 나는 그 길을 따라 걸을 수 있었다.
내가 남긴 자국은 또 뒤에 올 누군가에게 희미한 안내가 될 것이다.
지워지기 전까지, 그 짧은 시간 동안 발자국은 다음 사람에게 길을 일러 준다.
여기, 사람이 지나간 자리가 있다고. 이쪽으로 걸어도 괜찮다고.
끝없는 길 앞에서 나는 조급하지 않기로 한다.
수평선까지 뻗은 저 길이 아득해 보여도, 한 걸음씩 새기면 그만이다.
걷다가 힘이 부치면, 저 두 사람처럼 잠시 앉아 바다를 보면 된다.
앉아 쉬는 그 시간마저도 길의 일부이니까.
멈춤은 길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길 위에서 잠깐 숨을 고르는 일이니까.
나는 신발에 묻은 모래를 털고, 다시 걸음을 뗀다.
내 뒤로 새 발자국이 하나둘 찍힌다.
곧 지워질 것을 알지만, 그래서 더 정성껏 걷는다.
이 길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른다.
다만 나는 걷는 중이고, 걷다가 앉을 것이고, 앉았다가 또 걸을 것이다.
지워질 것을 알면서도, 길은 오늘도 이어진다.
—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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