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없는 카페는 영업시간도 없다
새벽에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몇 년을 지켜온 새벽 기상이었다. 어둠이 채 걷히기 전에 일어나 바카라상 앞에 앉는 일. 그 시간이 나를 만들어왔다고 믿었다. 그런데 오늘은 몸이 먼저 말했다.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그리고 나는 순순히 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 해는 이미 중천에 높이 떠 있었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잠에서 깨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기지개가 아니라, 변명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어제 늦게까지 글을 다듬었으니까. 요즘 발행 일정이 빡빡했으니까. 오후에 집중해서 하면 되니까.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나는 나에게 해명하고 있었다. 마치 잠이 죄라도 되는 것처럼. 쉼이 허락받아야 하는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러다 문득 우스워졌다. 이 변명을 들을 사람이 대체 누구인가. 재판관은 없었다. 처음부터 없었다. 내가 세워둔 상상 속의 감독관 앞에서, 나는 혼자 진술서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일할 때는 이유를 묻지 않는다. 일하는 것은 당연하고, 쉬는 것은 설명이 필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요즘 바빠?"라는 안부에는 바쁘다고 답해야 마음이 편하고, "쉬고 있어"라는 대답에는 어쩐지 토를 달게 된다. 잠깐이야. 곧 다시 시작할 거야.
그런데 생각해 보면, 숨을 들이쉬는 데에 이유가 필요하지 않듯 내쉬는 데에도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들숨만 있는 호흡은 호흡이 아니다. 그것은 질식이다.
쉼표는 문장의 실패가 아니다. 쉼표가 있어야 문장이 숨을 쉰다. 나는 글에서는 그토록 여백을 아끼면서, 정작 내 하루에는 여백을 허락하지 못했다.
간판 없는 카페를 상상한다. 그 카페에는 영업시간 안내판이 없다. 주인이 문을 열고 싶은 날 열고, 닫고 싶은 날 닫는다. 어느 날 문이 닫혀 있어도 단골들은 화내지 않는다. 아, 오늘은 주인장이 쉬는 날이구나. 그게 전부다.
그 카페가 무바카라임한가. 아니다. 문이 열린 날, 그 카페의 커피는 세상에서 가장 정성스럽다. 충분히 쉰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온도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문을 늦게 열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내린다. 늦게 연만큼 더 뜨겁게 내린 한 잔이다.
그러니 오늘의 낮잠에게는 변명 대신 이 말을 건네기로 한다.
고마웠다고. 네가 있어서 오후의 내가 있다고.
쉼은 멈춤이 아니라 준비라는 말조차, 이제는 하지 않으려 한다. 그 말 안에도 여전히 변명이 숨어 있으니까. 쉼은 준비여서 가치 있는 게 아니다. 쉼은 그냥, 쉼이어서 온전하다.
간판 없는 카페는 오늘도 영업 중이다. 문 여는 시간은, 주인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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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표 JEONGSE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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